고무신 신은 마네킹, 백설기 떡에서 영감을 얻은 식기, 콩·숯 등 한국적 재료로 만든 향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론칭 25주년을 맞아 브랜드 디자인 리브랜딩에 나선다. 자주가 선보이는 의류, 생활용품 등에 '한국적 요소'를 활용해 디자인을 혁신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주는 리브랜딩을 기념해 오는 14일까지 서울 가회동에서 ‘자주앳홈’ 봄·여름(SS) 2025 전시를 진행한다. 자주는 한국적 요소를 반영한 상품군을 대거 구성하는 것으로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내년 초부터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브랜딩을 기념해 진행되는 자주앳홈 전시에서는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진 공간을 총 10개 방으로 나누고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패션 제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시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제품에 대한 개발 스토리부터 콘셉트, 디자인의 변화 등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은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답을 찾았다. 기존에 차분한 무채색 위주였던 것과 달리 △콩깍지·숯·말린 고추 등을 활용한 재미있는 패턴 △삼베·도자기·나무 등의 질감을 살린 포장 △한국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자주만으로 해석한 색상을 제품에 두루 사용한다. 이 외에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쌀뜨물 주방세제’와 ‘백식초 세정제’, 백설기에서 영감을 얻은 하얀 ‘설기 시리즈’ 식기 등도 눈길을 끈다.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고려한 제품들도 내놓는다. 조리 도구와 식기는 밀키트와 배달 음식이 생활화된 국내 식문화에 맞도록 새롭게 개발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해 시성비(시간+가성비)와 편의성을 높인 청소용품과 생활용품 라인을 확장했다. 인덕션 사용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인덕션 사용 가능 뚝배기를 내놓고, 칼과 도마보다 간편한 가위를 찾는 주방 트렌드에 따라 야채용 가위, 고기용 가위 등 주방가위를 4종으로 세분화하는 식이다.
자주 관계자는 “일본 문화를 반영한 타사 국자는 크기가 작아 한 번에 한국인 한 끼 국물량을 담지 못한다”며 “사소하지만 한국인이 한국에서 구매할 때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주는 리브랜딩 포인트로 ‘차별화’를 강조했다. 제품을 출시하기만 하면 다이소 등 저렴한 생활용품 전문점이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산 저가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시간차를 두고 유사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디자인 차별성을 크게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선 위조 상품만 올해 들어서만 5500건 이상 쏟아지는 상황이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상품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적발된 위조 상품은 19만1767건에 달했다. 이로 인한 국내 업체들 피해 추산액은 114억3000만원이다. 중국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5443건)와 테무(88건)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은 총 5531건이었다.
자주는 앞으로 한국인 삶 반영한 상품으로 글로벌 리빙 브랜드와 경쟁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무인양품, 이케아 등이 해당된다. 디자인 리빙 제품이 각광을 받는 브랜드들로, 국내 프리미엄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한국시장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쇼핑의 합작사인 무지코리아(브랜드 무인양품)는 지난 회계연도(지난해 9월~올해 8월)에 매출 1805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20%, 300% 이상 성장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 한국 진출 10년을 맞은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는 한국에서 9000여 종 이상의 가구 및 홈 액세서리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도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후 수도권에 5개 오프라인 매장을 냈고,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10월 ‘무신사스탠다드 홈’을 론칭하며 생활용품 시장에 뛰어들 정도다.
지난해 약 3000억원의 매출(증권사 추정)을 기록한 자주는 전국 255개(6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타 브랜드와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주 관계자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군은 늘리고 오프라인 특화 매장을 강화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