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의 산업체 인수 문제 없나' 금감원, PEF 간담회 연다

입력 2024-12-11 17:55
수정 2024-12-11 17:56


금융감독원이 국내 주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분리) 원칙을 놓고 직접 논의에 나선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제한한 기존 금산분리 원칙을 금융자본의 산업 진출 문제로도 확대해 보겠다는 움직임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2일 오전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주요 PEF 운용사 10여곳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다. 이 간담회는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 부원장이 주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문제를 간담회 화두로 삼을 계획이다. 가장 최근 사례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등이 논의에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관련한 논의로 통했지만, 이젠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또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일"이라며 "그간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관련 부작용을 중심으로 당국이 고민해왔지만,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해 부작용이 많았는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PEF의 산업자본 소유엔 장단기 이해관계의 불일치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서 "(산업은) 20~30년가량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는데 금융자본은 5년 내지 10년 안에는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라며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사업이 총괄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주요 사업을 분리매각하거나 중장기적 주주가치 훼손이 있지 않은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통상 PEF는 기업을 인수해 더 높은 가치를 받고 매각(엑시트)하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주요 사업부나 자산을 매각하거나, 배당을 확 높이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는 PEF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등을 인수하려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적 협업관계에 의한 M&A 등도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방향의 금산분리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공공성이 있는 사업의 PEF 진출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번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서울·인천·대전·제주 등 지자체버스회사 여러 곳이 PEF의 직간접 지배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버스회사에 흘러들어간 준공영제 재정지원금과 각종 부동산 자사 등이 사실상 PEF의 배당 확보에 쓰여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