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대형항공사(FSC)가 주로 운항해온 유럽과 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우선 배분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12일 예정)에 맞춰 중복 노선은 정리하고 신규 취항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키울 계획이다.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에 대해선 마일리지 통합 방안 제출 등 소비자 보호 감독을 강화한다. 정부는 11일 경기 시흥시 한화오션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운임 인상, 마일리지 등 관리국토교통부는 우선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관리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인 시정 조치의 이행 감독을 지원한다. 공정위는 항공·공정거래·소비자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행감독위원회를 내년 3월 이전에 마련해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 이행을 살필 방침이다.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질 유지가 대표적인 시정 조치다.
운임 인상 제한은 양사의 중복 국제 노선 68개 중 38%(장거리 중복 노선 12개 포함)인 독과점 우려 노선에 적용한다. 마일리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내 제출한 뒤 공정위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조만간 공정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부처 간 대응 체계를 높이는 한편 운임 상한 관리 강화, 마일리지 정보 공개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방침이다. 또 국토부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제2터미널(대한항공, 진에어)로 분산된 항공사의 재배치 계획을 검토 중이다. 통합되는 항공사는 환승 효율을 높이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께 2터미널에 모은다.○LCC에 운수권 우선 배당정부는 통합 항공사 출범이 자칫 국내 LCC의 입지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에 나선다. 그동안 FSC가 운항해온 유럽·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추가 확보한 뒤 LCC를 중심으로 배분해 취항 기회를 넓힌다.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진 뒤 원활한 경쟁 환경이 복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외 경쟁당국의 시정 조치로 대체 항공사 진입이 필요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노선에도 LCC가 우선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이 에어인천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운항 노선이 차질 없이 이전되도록 인허가 작업을 면밀히 진행한다. 에어인천은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을 마치고 7월께 ‘통합 에어인천’을 출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통합 대한항공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시행한다.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취항하는 노선은 하나로 합치고, 아일랜드 더블린과 덴마크 코펜하겐 등 잠재 수요가 확인된 신규 유럽 노선에 취항을 유도한다. 이때 슬롯(공항 이착륙 권리) 배분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소 겹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유럽 등 노선 출발 시간을 분산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기업결합과 운항 환경 변동 과정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대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기업결합으로 통합된 항공 네트워크를 효율화하고 국민 이동 편의와 기업 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등 핵심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오상/한명현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