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1일 16: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법률 등 비기술 분야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섹터 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특화된 역량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제코스 퍼미라 테크놀로지섹터 공동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제코스 대표는 퍼미라의 테크놀로지 부문을 이끌며 바이아웃 펀드의 투자 집행 회사를 점검하는 포트폴리오리뷰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JP모건 런던 지사에 근무하다 2007년 퍼미라에 합류했다.
제코스 대표는 “생성형 AI는 인터넷과 모바일, 클라우드 이상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AI를 제품에 통합하는 회사는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고 디지털 전환에 선두주자로 나아가겠으나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빠르게 레거시 플레이어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달성하려면 AI를 프로세스, 업무 플로우, 행동 변화까지 도입시켜야 한다”며 “퍼미라도 포트폴리오 35개 기업에 AI 솔루션을 제품화할 수 있도록 하고 AI 관련 예산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퍼미라 4호 펀드가 2012년 투자한 제네시스클라우드는 대표적인 AI 수혜 업체로 꼽힌다. 글로벌 콜센터 솔루션 기업인 제네시스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음성,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고객사의 40%가 AI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 AI 제품 수요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퍼미라가 12년 전 3억1200만 유로(4700억원)를 투자한 이후 제너시스클라우드 몸값은 10배 이상 뛰었다.
테크놀로지 섹터 내 M&A에서 전통적인 차입매수(LBO) 전략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제코스 대표는 “투자 테마 기반 발굴이 중요하다”며 “바이아웃 GP(운용사)는 자본 제공자 역할뿐만 아니라 특화된 역량을 가진 전략적 자산 구축자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권 지분, 소수 지분 투자 때 어도비, 페이스북 등 대형 테크 기업 출신 인사로 구성된 자문단을 활용한 ‘섹터별 집중 투자’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성형 AI는 비(非) 테크놀로지 영역으로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기업간거래(B2B) 산업이 AI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코스 대표는 “AI를 의료 영상학에 통합하면 진단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퍼미라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아이메드(I-MED)는 최근 20년간 데이터를 활용해 진단방사선 전문의가 엑스레이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생성형 AI 프로젝트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아이메드는 2018년 퍼미라 6호 펀드로 투자한 의료 영상 솔루션 기업이다.
이어 “법률 서비스 분야의 엑시옴(Axiom)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판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으며, 지식 프로세스 아웃소싱 사업을 하는 에큐이티(Acuity)는 생성형 AI 기반 도구를 개발해 분석가들의 효율성을 10~30%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퍼미라는 1985년 유럽에서 슈로더벤처스로 설립된 뒤 2001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글로벌 사모펀드다. 대표 펀드인 퍼미라 바이아웃 펀드는 지난해 8호 펀드를 150억 유로(22조원) 규모로 조성해 투자 중이다. 내년부터 9호 펀드 조성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퍼미라는 영국 런던 본사를 비롯해 유럽, 미국, 아시아 16개국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총 운용자산(AUM)은 800억 유로(120조원)에 달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