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에 떠도는 '방의 법칙'[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4-12-12 08:13
수정 2024-12-13 13:11
이 기사는 12월 12일 08: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젊은 CEO(최고경영자)들과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방시혁 의장 기사가 화제였습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지 땅을 치더라고요."

최근 한 유니콘 스타트업의 CFO가 전한 일화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대주주들이 PEF를 활용하면 방 의장처럼 보호예수를 피해 30%에 달하는 차익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는데, 왜 이같은 기발한 구조를 진작 생각하지 못했는지 한탄한다는 이야기였다. 일각에선 투자은행(IB)들이 너도나도 해당 투자구조를 모방한 '방의 법칙'을 시현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다.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을 조건으로 4000억원을 따로 챙기고 측근들도 PEF를 세워 막대한 수익을 공유했다는 마켓인사이트 보도 과정에서 회사 측의 대응은 일관됐다. 회사를 자문한 김앤장과 태평양, 클리어리 가틀립, 그린버그 등 대형 로펌 4곳이 해당 계약을 IPO 과정에서 밝히지 않는 것이 합법이라고 의견을 줬다는 입장이었다. 회사는 대표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도 거래소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이브와 김앤장을 포함한 자문사들은 해당 계약이 오히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주가가 올라야 방 의장의 수익도 커지는만큼 해당 계약이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논리였다. 오히려 방 의장이 안받았어도 될 풋옵션을 대신 받아준 '미담'에서 시작된 계약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로펌에선 최근 논문에선 대주주의 락업이 회사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된다는 트렌드도 있는 데 한국의 제도가 낙후한 측면이 있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당시엔 정체를 파악조차 할 수 없었던 기타법인의 대량 매도세 탓에 하이브의 주가는 상장 후 보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를 주도하고 막대한 이익을 거둔 매커니즘이 4년만에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 뿐 아니라 PEF 핵심 키맨 3인은 각각 1000억원, 500억원, 500억원 씩을 벌어들어 BTS 멤버(92억원)의 5배에서 10배 이상의 수익을 IPO로 거뒀다. IPO를 앞둔 예비 CEO나 측근들 입장에선 방 의장식 계약을 활용 안하면 땅을 칠만한 상황인 것이다.

대주주가 투자자들 사이의 구주 거래에서 남몰래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건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짙다. 투자자 보호를 떠나 자본시장 시스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하이브 스캔들이 그간 자본시장이 쌓아온 질서와 근간을 뒤흔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방 의장과 하이브가 '적법의 장막' 속에 갇혀 내린 의사결정들이 하이브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기업이란 낙인을 찍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