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만 해도 금융계의 최대 이슈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현 경영진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 내에서는 특정 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공세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원장 부임 전 역대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거론하며 금융사고 책임을 따지는 경우는 없었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임 회장의 처치는 더욱 곤란해졌다. 손 전 회장의 처남을 비롯해 부당대출 사태에 관련된 우리은행 전직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손 전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지만 구속은 피했다. 임 회장의 오른팔 격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고 좋은 실적에도 연임까지 포기했다.
검찰은 지난 11월 임 회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12조다. 12조는 ‘금융회사의 장은 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알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 회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벌금형 200만원을 위해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임 회장의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이른바 ‘임종룡 책임론’ 목소리가 쏙 들어간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임종룡 회장이 계엄 사태의 최대 수혜자 아닐까요?” 금융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공감하는 대목이다.
향후 탄핵정국에서 임 회장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용산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여전히 키를 쥐고 있지만 현재 여건에서 임 회장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총력을 집중할 수 밖에 없어 우리금융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없이 사건을 사건 그 자체로 수사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에 임 회장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이 금감원장이 10일 감독원에 대한 대대적 인사를 한 것이 그 증거라는 얘기다. 이 원장이 사태의 변화와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결과도 곧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