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문턱을 적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경기 침체로 증시 부진이 이어지자 자본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내년에는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서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중국 증시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뭉칫돈 환영"...외국인 투자 문턱 낮추는 中
15일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중국 내국인용 주식인 A주 5355개 상장 기업 가운데 63.38%(3394개)가 외국인 주주를 두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외국인 투자자는 A주를 총 1395억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와 비교해 72만주가 늘었다. 은행 업종 비중이 가장 높았고 기술·장비, 유틸리티 등 업종이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중국 농업은행·공상은행을 비롯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 수력발전 국유기업 장강전력, 중국의 국영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 금광기업 쯔진마이닝 등이 보유 상위 종목에 올랐다.
외국 기관인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는 3분기 난징은행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2위와 3위 역시 모두 닝보은행, 시안은행 등 은행주였다.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이어졌으나 안정적인 배당을 노린 매수세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시장 허들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은 '외국투자자의 상장회사에 대한 전략 투자관리 방법' 개정안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개인 전략적 투자 허용 △외국인 기관 투자자 보유 자산요건(1억달러→5000만달러) 완화 △공개매수 등 전략적 투자 확대 △보호예수 기간 3년→12개월로 축소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中 중앙경제공작회의…부양책 '시험대'
현재 외국인 투자자금의 77%가 후·선강퉁 채널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후·선강퉁은 상하이와 선전, 홍콩 증시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중국은 오랫동안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없는 폐쇄적인 시장이었으나 2014년 11월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연계제도)에 이어 2016년 12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연계제도)을 도입하면서 해외에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 제한이 없는 홍콩 시장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인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일부 상장 종목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외국인 투자를 독려하는 이유는 현지 증시가 침체돼 있어서다. 중국 증시는 지난 9월 당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로는 전반적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해 지수의 급격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여전히 발목을 받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내년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내년 새롭게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중국이 14년 만에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전환을 예고하면서 증시에 미칠 효과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해외 투자업계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중국의 재정 부양책은 아직 경제성장 둔화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중국 시장은 선진국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UBS의 멍레이 중국주식 연구원은 "당국의 정책 호재와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A주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