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원정 출산'을 차단하기 위해 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부모의 법적 체류 상태와 무관하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동으로 주는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인수위는 이를 위해 여러 버전의 행정명령을 작성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 신문은 보도했다.
행정명령은 출생 시민권 제도와 관련, 여권을 비롯해 시민권을 증명하는 연방 기관에서의 서류 발급 요건을 변경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측은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바로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으로 규정했고, 연방 대법원이 1898년 중국계 미국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 원칙을 확정했다.
인수위는 원정 출산과 관련해 행정명령이나 규칙 제정 등을 통해 임신부가 태어나는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위해 여행자 등으로 위장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막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관광비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를 검토 중이다. 관광비자는 보통 10년 기한으로 발급되며 한번 입국시 6개월 정도 체류할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출생 시민권은 19세기에 노예 출신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한 취지의 수정헌법 14조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한국 등에서 성행하는 출산 관광에도 비판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서비스를 광고하며 주목받았고, LA한인타운에도 이 같은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미국의 비자 정책이 강화되면 항공사들의 임신한 여성의 미국행 항공편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지에 도착해서 입국이 거부될 경우 항공사가 승객을 다시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StartFragment -->외국인이 미국 영토에서 출산하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출입국 당국은 방문객이 여행 목적에 대해 거짓말을 할 경우 입국을 거절할 수 있다. <!--EndFragment -->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방영된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 계획이 여전한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명령만으로는 출생시민권 제도 변경이 어렵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는 많아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