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칩거 속 임면권 행사…법적 효력 없는 '2선 후퇴'

입력 2024-12-08 19:34
수정 2024-12-08 19:35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한 뒤 공직자 임면권(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은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8일 행정안전부는 "이상민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낸다"고 공지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장관 사의를 재가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절차를 밟았다는 뜻이다.

이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이후 하루 만에 임면권을 행사해 정치권에서 "2선 후퇴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임명이 아니고 사퇴 문제니까 적극적인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안전을 담당하는 워낙 중요한 자리라 장관을 비워둘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체제 안정을 위해 빨리 수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도 홍장원 전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이 지난 6일 임명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1차장은 차관급 공무원이다.

통상 대통령실은 장·차관급 인사의 임면에 대해 공식 공지를 내왔으나 이날은 행안부와 국정원이 이를 공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빚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 상황에 있음에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빚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적 개념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이다. 이 때문에 권한 행사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