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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티커명 SPY)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인 ‘뱅가드 S&P500’(VOO)이 낮은 보수를 앞세워 빠르게 자금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ETF닷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SPY ETF에서는 23억달러(약 3조2600억원)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VOO ETF에는 103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SPY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VOO에는 빠르게 자금이 들어오면서 두 상품의 순자산 규모 격차는 453억달러로 좁혀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VOO가 SPY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ETF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PY는 1993년 1월 출시된 세계 최초의 ETF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 등락률을 추종한다.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 시대를 연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VOO는 이보다 17년 늦은 2010년 상장했다. SPY와 동일하게 S&P500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다.
후발주자인 VOO가 덩치를 불린 것은 SPY보다 보수가 낮기 때문이다. SPY는 총보수로 연 0.09%를 떼지만, VOO는 연 0.03%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 투자 수요가 높은 대표 지수형 상품의 특성상 오래 투자할수록 수수료가 최종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올 들어 630억달러가 순유입된 S&P500 추종 상품인 IVV 역시 총보수가 연 0.03%로 VOO와 동일하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동일한 종목을 담는 인덱스 펀드에서 경쟁사와 가장 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운용보수”라며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에 상장한 S&P500 추종 상품을 보면 투자자들이 저보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 하루 평균 거래량은 SPY가 VOO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SPY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243억달러, VOO는 22억달러다. 거래량이 풍부할수록 ETF를 원하는 때에 사고팔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VOO의 거래량 역시 적지 않은 수준이어서 개인투자자가 거래하는 정도의 물량이라면 차별점이 크지 않다. 미국 펀드 평가 회사인 모닝스타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수수료가 낮은 펀드가 투자자 이익에 부합한다”며 VOO의 투자 등급을 가장 높은 ‘골드’로, SPY는 이보다 낮은 ‘실버’로 제시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