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창재 회장 즉각 풋옵션價 산정해야"…교보생명 2차 중재 결론

입력 2024-12-19 15:58
수정 2024-12-19 18:31
이 기사는 12월 19일 15: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 벌어진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 관련 2차 국제중재재판 결론이 나왔다. 신 회장은 중재재판소 결정에 따라 즉시 외부기관으로부터 풋옵션 가격을 정해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이번 중재 판결에 따라 신 회장이 해당 대금을 갚기 위해 풋옵션 가격에 따라 직접 매입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교보생명 FI들이 제기한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ICC는 신 회장이 즉시 외부 자문기관 등을 통해 풋옵션 가격 산정에 즉각 나서야한다고 판정했다. ICC는 이를 어길 경우 하루에 20만달러에 달하는 패널티도 부과하도록 결정했다.

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 등 FI들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조항이 있었지만 신 회장은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ICC는 2019년 1차 판정에서 신 회장이 어피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너티 측이 주장한 가격(주당 40만9000원)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선 신 회장이 별도의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출해 어피너티 측의 FMV와 평균해야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이 같은 절차 진행을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FI들은 2022년 2월 2차 중재 판정을 통해 가격산정 절차를 강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어피너티 등 재무적투자자 측은 판정 수령 직후 국내 법원에서 이행을 강제하고, 계약 위반 및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입은 손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국제중재재판 판정은 국내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지만 집행력을 가지려면 중재법에 따라 국내 법원의 승인과 집행 결정이 필요하다. 미이행시 중재 결정문의 도달 시점부터 지연에 따른 이자도 부과된다.

신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자신이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36.7%를 담보로 새 투자자 유치를 통해 기존 FI 지분을 갚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이 판결 이전부터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이미 투자유치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 박종관 / 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