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은 '세종' 김준수는 '김앤장'...대형로펌 찾는 셀럽들

입력 2024-12-15 12:00
수정 2024-12-15 12:31
[비즈니스 포커스]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한 여성 BJ와 관련해 여러 루머와 비방 댓글에 시달리자 그의 소속사인 팜트리아일랜드가 최근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김앤장은 한국 최대 규모의 로펌이다. 소속된 법률 전문가 수는 2000여 명이 넘으며 매출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수많은 국내 재벌 총수 및 대기업들이 법적 분쟁을 처리해내며 ‘재계 해결사’로도 불린다.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과 같이 복잡한 사건이 아닌 단순히 ‘악성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연예인이 김앤장의 문을 두드린 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준수 소속사 측은 “악플러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기 위해 업계 최고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김앤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명 연예인 등 이른바 ‘셀럽 사건’이 대형로펌의 신수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한류스타들의 인기에 맞춰 이들의 몸값이 치솟는 것이 이유다.

특히 이들의 작은 구설 하나에도 팬심이 빠르게 돌아서는 게 요즘 추세다.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간 스타가 곧 ‘자산’인 엔터사의 매출이 크게 하락할 수 있어 문제다. 엔터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임료는 비싸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대형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올 한 해도 연예계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부분의 사건·사고에 대형로펌이 관여하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른 셀럽현재 김호중 사건을 담당 중인 로펌은 법무법인 동인이다. 처음에 그는 여러 중소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이 연이어 사건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호중에 불리한 증거들이 계속 쏟아지다 보니 결국 변호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결국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동인이다.

동인은 규모나 매출로 따졌을 때 국내 10위권으로 평가받는 대형로펌이다. 부장판사 및 검사 출신 등이 대거 포진했다. 다양한 분야의 법률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그중에서도 ‘형사’ 사건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동인은 김호중 외에도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된 작곡가 돈스파이크, 소속사와의 계약 갈등을 빚었던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전 멤버들의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걸그룹 뉴진스를 데뷔시킨 주인공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 뒤에는 법무법인 세종이 함께했다. 큰 이슈였던 민희진 전 대표의 첫 기자회견 당시 세종의 변호사들도 함께 참석했는데 민희진 전 대표가 거침없는 발언을 할 때마다 담당 변호사들의 다채로운 표정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도 민희진 전 대표와 세종의 동행은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가 최근 ‘소속사 어도어와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배후에 민희진 전 대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 이에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 전 대표이사, 디스패치 기자 등을 정보통신망 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 사건 역시 세종이 맡아 처리 중이다.

이 외에도 의뢰인의 신변 보호상 밝힐 수는 없지만 수많은 연예인이 세금 문제나 이혼 등 각종 법률상담을 위해 대형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경우 이미지와 사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자신의 법률 자문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며 “소송으로 가서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뉴스에 보도되는 소송은 극히 일부라고 밝혔다. 돈 벌면서 마케팅 효과까지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형로펌들은 중소형 로펌에 비해 수임료가 훨씬 비싸다. 다양한 부문에서 법률 지식을 가진 많은 변호사가 함께 힘을 모아 사건을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연예인들이 대형로펌을 찾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몸값이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주연급 배우들의 경우 드라마 1회 출연료가 약 10억에 달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높은 출연료는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영화, 드라마, 광고 계약 등을 할 때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 이를 어기면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언제 불의의 사건에 휘말릴지 알 수 없는 만큼 대형 소속사들의 경우 대형로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로펌들도 이들을 반긴다. 가장 큰 이유는 ‘홍보’ 효과다. 이민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건을 맡게 되면 자연히 언론에 로펌뿐 아니라 담당 변호사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기 마련”이라며 “돈을 쓰지 않고 오히려 벌면서 변호사 및 소속 로펌의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과 비교하면 성공 수당 등은 낮지만 이런 이유로 연예인 사건을 선호하는 변호사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연예인이 마약이나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로펌을 찾기 때문에 기업과 비교했을 때 법률 자문 난도도 훨씬 낮다.

물론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섣불리 연예인 사건을 수임했다가 오히려 로펌과 개인 변호사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데 죄질이 나쁜 연예인들의 변호를 했다가 오히려 로펌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 경우도 많다”며 “연예인 사건의 경우 여러 가지 계산을 따져 수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팬덤이 강한 일부 연예인의 경우 담당 변호사의 전화나 이메일로 팬들이 수시로 연락을 해 사건 경과를 묻는 등 업무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