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블루’(짙은 파랑) 색상의 EV9. 송호성 기아 사장이 타는 법인차량이다. 기아는 지난해 6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출시했다. 송 사장은 기아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홍보하기 위해 EV9으로 차를 바꿨다.
송 사장이 직접 색상과 세부 트림 등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색 대형 세단을 법인차로 사용하는 국내외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는 다른 모습이다. 기아의 한 직원은 “소탈하면서도 허례허식에 얽매이지 않는 송 사장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송 사장의 소탈한 면모는 직원과 소통할 때도 그대로 나타난다. 송 사장의 집무실은 직원 휴게 라운지 바로 옆에 있다. 언제든지 문을 열고 나와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송 사장은 임원들로부터 보고받을 때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조직문화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기아가 2021년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고객 중심, 사람 중심 문화’라는 조직문화 지향점을 설정한 데도 송 사장의 이런 뜻이 담겼다. 아이디어를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내부 플랫폼을 운영하며 직군·직급에 관계없이 창의적인 생각을 제안하고 검토, 채택될 수 있게 했다.
송 사장이 이처럼 열린 소통을 하는 배경엔 오랜 해외 경험이 있다.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에 몸담은 36년 중 15년을 해외 주재원으로 일했다. 프랑스판매법인장, 수출기획실장, 유럽법인장 등을 차례로 맡았다. 기아 관계자는 “유럽에서 신시장 개척 업무를 맡으면서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몸으로 익힌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말에도 자주 출근하고 수시로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다. 항상 곁에 책을 두고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