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계엄 쇼크' 환율·유동성 긴급 점검

입력 2024-12-04 17:37
수정 2024-12-05 00:39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비상계엄 선포 쇼크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다. 당초 우려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외화 유동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4대 금융 연쇄 긴급 회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은 일제히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외환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 탓이다.

신한금융은 전날 밤 12시 그룹사별 긴급 회의를 했다. 전날 밤 12시20분께 원·달러 환율이 1442원까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실제 전날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 사이 신한은행 ‘쏠뱅크’를 통해 평소보다 10배 많은 환전 거래가 발생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계엄 해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적시에 대응 가능하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카드는 ‘트래블카드’ 환전액이 이날 오전에만 일평균 수치의 두 배 가까이 치솟는 등 시장 불안감이 커진 점을 우려했다. 함 회장은 “환율과 유동성 변동 사안 등을 감안해 리스크 전반을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뱅크런 등에 대비하기 위한 주문도 이어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긴급 임원회의에서 “고객 자산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앱 점검 등 정보기술(IT), 보안과 관련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시장이 곧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2~8시 해외 계좌 송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따라 해외 송금 수요가 높아지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외화통장 환전 거래가 오전 1시20분부터 8시간가량 차단됐다. 단시간에 외화 거래가 폭증한 탓이다.

케이뱅크는 비상계엄 선포로 암호화폐가 급락하자 시스템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하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일시적인 비트코인 폭락으로 접속자가 급증하면서 제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런 경계 수위 높인 2금융뱅크런을 우려한 2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상계엄 선포가 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화경 회장 주재로 비상 임원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수신 동향 등을 모니터링했다. 오 회장은 각 저축은행 대표에게 “서민과 소상공인 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혹시 모를 금융 사고에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관련 부서 직원들이 곧바로 출근해 긴급회의를 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7월 뱅크런 사태를 경험해 경계 수위를 더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과 관련한 별다른 문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도 간부회의를 열고 지역 조합과 온라인 전산 시스템 등을 통해 수신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채권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자 안도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경기 위축에 따른 업황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박재원/정의진/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