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라이펙타 시대, 산업별 영향과 대응 방안 [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입력 2024-12-04 10:04
이 기사는 12월 04일 10: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이벤트 중 하나는 단연코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이었다. 그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었으며, 동시에 치러진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이것을 공화당 ‘트라이펙타’(3개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라고 부르는 데, 이는 단순히 행정부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법령을 바꾸고, 이를 실행하는 체계를 일사분란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다.

공화당 트라이펙타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바른 사업 방향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관세 부과·취소,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언급 등과 같은 개별 이벤트에 대한 단편적인 분석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 방향과 그 본질적인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화당의 정책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작은 정부, 둘째 시장경제 우선, 셋째 대외적 고립주의다. 이러한 방향은 필연적으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성 높은 화석연료 공급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관세 부과를 통한 세수 확보와 같은 추가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적 의도와 방향은 네 가지 산업 유형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산업 유형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일반 산업 영역이다. 식음료, 소비재 등이 포함된 일반 산업군은 보편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나, 대부분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므로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세 부가가 소비재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관세 부과를 통한 재정 확보와 물가 안정 간의 정책적 균형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두 번째 산업 유형은 ‘새로운 미국 산업주의’ 하에서 미국 내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계된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다. 이 산업군은 소위 말하는 ‘채찍과 당근’이 모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 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법인세율 인하(21%~15% 인하)와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한편, 미국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연계된다.

세 번째 산업 유형은 미국 안보 및 지적재산권(IP)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략 산업이다. 미국은 전략 산업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국방 산업 등이 포함된다. 미국이 이러한 산업에서 적대국(Foreign Adversaries)에 대한 강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의된 생물보안법(Bio Secure Act)이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들 수 있다.

네 번째 산업 유형은 미국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산업이다. 기간통신망, 데이터센터, 사회간접자본, 전력 그리드 등 인프라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적대국의 기업, 관련 인물, 우회 투자 등을 모두 차단하는 조치가 취해져, 이들 산업은 사실상 진입이 불가능한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 중심 산업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에 주로 해당된다. 이들 산업군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적자 원인국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부과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2020년 이후 우회 수출로 니어쇼어링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한 멕시코는 정책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운영상의 복잡성과 가격 경쟁력 약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도전 과제가 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더욱 강한 제재를 받을 경우 상대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며, 정책은 그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개별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공화당 트라이펙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미국과의 협력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와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복잡한 정치 및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포착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