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갈라진 국민의힘, '분열' 노출

입력 2024-12-04 08:04
수정 2024-12-04 08:05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열한 모습이 포착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일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총 18명으로, 이들은 모두 '친한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50여명의 의원들은 '친윤파'로 불리는 원내 지도부의 안내에 따라 당사를 지키며 본회의장에서 표결하지 않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 있었지만, 표결에는 불참했다.

이들을 두고 친한계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결사옹위파'라고 지적하며 당내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5분 만에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친한계 의원들과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계엄 무효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또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후 기자들에게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여권 분열 양상이 가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여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공세에 탄핵 사유인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사안이 없다고 방어막을 쳐왔지만, 한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여기기에 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후 한 대표의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한 대표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날 선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오후 11시 38분경 한 대표는 당사를 나서며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원총회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개최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친한계 의원 대부분은 한 대표를 따라 국회로 이동했지만, 50여명의 의원은 당사에 남아 의원총회 개최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경호 원내대표 명의로 오전 0시 5분경 '국회 통제로 비상의총을 중앙당사에서 개최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져서다.

이후 의원들 간 혼선이 빚어졌고, 오전 0시 48분 국회에서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응하기 위한 본회의가 시작됐다. 이후 오전 1시 3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야권이 계엄 선포를 고리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여권의 분열 양상이 심화할 수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친윤계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반대하더라도 이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친한계 의원들의 표심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사에 있던 의원 중에도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계엄 해제 표결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사에 가니까 아무런 연락도 안 되고 정보를 주는 사람도 없고 한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며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다 싶었고, (국회는) 경찰들이 다 이렇게 막아놨더라. 경찰들이 없는 쪽으로 담 넘어서 들어왔는데 아쉽게 표결은 끝났더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7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현 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오전 8시 의원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