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으로 국회 활동 막는 건 위헌"…헌법·현행법 위반 가능성

입력 2024-12-04 03:52
수정 2024-12-04 03:5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한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현행법은 물론 헌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법조인 출신인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이 위헌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큰 계엄 선포를 밀어붙였다는 데 대해 정치권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계엄 선포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2조도 이 같은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날 밤 기준으로 한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처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한 헌법학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이 국가비상사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계엄선포는 위헌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계엄 선포를 위한 기본 절차를 지켰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헌법 89조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17가지 사항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에 ‘계엄과 해제’가 포함돼 있다. 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등 일부 국무위원은 국무회의 개최는 물론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국무회의 개최 여부에 관해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계엄법 5조는 계엄사령관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육군 대장) 명의로 나온 계엄포고령 내용도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행정부), 법원(사법부)과 ‘제4부’로 불리는 언론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입법부)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날 포고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헌법상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없는데, 포고령을 통해 이를 금지한 건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포고령으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건 상위법인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헌법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포고령을 통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알리는 절차도 없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법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게 돼 있는데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며 “원천 무효”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