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 막아!" 소화기 분사…계엄에 전쟁터 된 국회 [영상]

입력 2024-12-04 02:18
수정 2024-12-04 04:15

윤석열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면서 지난 3일 밤 선포한 계엄령이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4일 무력화됐다. 그 사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 親한동훈(친한)계 의원 18명과 야당 의원 172명이 가결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한 이날 새벽 2시 현재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전날 밤부터 국회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는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국회 경비대와 경찰 직원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비관계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는데,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출입 기자, 유튜버, 시민 등 많은 인파가 순식간에 몰리며 난장판이 됐다. 양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고성 시위도 혼잡도를 높였다.


국회 정원에서부터 본청까지 "계엄 해지하라", "이게 나라냐", "국회를 군화로 밟느냐" 등을 외치며 이동하는 이들도 포착됐다. 본청 내부에서 국회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이가 통화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무데도 집 밖에 절대 나오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도 포착했다. 이를 들은 일부 관계자들은 급히 휴대폰을 집어들기도 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할 때는 사실상 전쟁터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보좌진 등은 계엄군의 진입로로 향해 달려가 의자, 책상, 소파 등 기물을 이용해 바리게이트를 쌓아 진입을 차단했다. "막아, 막아!"라고 외치거나 고성을 높이는 이들이 있는 가운데, 일부는 계엄군을 향해 소화기까지 분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직장은 우리가 지킨다", "어딜 들어오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국회에서는 민주당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며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게 돼 있지만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절차법상으로도 명백한 불법 선포이며,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위헌이고 불법"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회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바다.

한밤중에 놀란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장모씨는 "도대체 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냐"며 "북한이 쳐들어온 줄 알았다"고 했다. 국회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무슨 일인가 싶어 깜짝 놀라 나와봤다"며 "기자인가?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꿈인 줄 알았다", "믿을 수가 없다" 등 반응이 나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