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 가상자산거래소 한때 마비…투자자 패닉

입력 2024-12-04 00:54
수정 2024-12-04 03:39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비트코인은 국내 시장에서 한때 30% 이상 폭락했다.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 비트코인 가격 차이는 30% 넘게 벌어졌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코인런’(암호화폐+뱅크런)이 대규모로 일어났다는 의미다.

3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께 비트코인은 1억3425만원에서 8826만6000원으로 급락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지 30분 만에 34%가 빠진 것이다. 같은 시각 글로벌 시장에서는 9만4000달러에서 9만3000달러까지 내렸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인 주요 알트코인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더리움은 같은 시각 35% 내린 312만원에 거래됐다. 리플(52.4%), 솔라나(39.8%), 도지코인(45.4%)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순식간에 -32.7%까지 떨어졌다. 계엄령 발표 직전까지 김치 프리미엄은 0% 안팎이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그만큼 대폭락했다는 뜻이다. 국내 투자자의 ‘패닉셀’이 대거 작용해 암호화폐 시장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비트,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는 일시적으로 거래가 마비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암호화폐를 처분하려는 이들이 몰려들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일시적 트래픽 증가로 업비트 애플리케이션 등의 서비스가 지연됐다”고 전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대규모 코인런이 발생한 것은 2022년 11월 글로벌 거래소 FTX가 파산했을 때다. FTX 파산 소식은 한국 투자자에게 충격을 줬고, 주요 거래소에서 자산을 대거 인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처럼 단시간에 암호화폐 투매가 대규모로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 내부 상황에 의한 일시적인 대폭락이라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비상 계엄령 쇼크에 폭락한 암호화폐는 불과 10분여 만에 다시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8800만원대까지 폭락한 뒤 오후 11시10분께 1억2000만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날 시가인 1억3000만원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일부 회복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은 -5%대를 나타냈다. 이더리움 역시 이 시각 450만원 선으로 올라오며 진정되는 듯했으나 전날 시가인 500만원대는 회복하지 못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