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설거지만 하고 홀서빙은 시키면 안 된다고 하네요. 굳이 직원으로 쓸 이유가 없어요.”
3일 강원 춘천 명동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일손이 부족한데 외국인 근로자를 왜 고용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외국인 근로자들은 식당 업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각종 규제도 많다”며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외식·숙박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올해 초부터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 허용 업종을 호텔·콘도, 식당 등으로 시범적으로 확대했다. ‘서비스업’에 배정된 인력도 지난해 2870명에서 1만3000명으로 네 배 넘게 늘렸다. 하지만 호텔이나 식당에서 고용허가제에 따른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일하는 외국인은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식당 주인들은 “당장 일할 수 있는 일손을 구해야 하는데, 한국어를 할 수 있고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외국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도 많다. E-9 비자로 할 수 있는 서비스 업무는 △설거지 △재료 손질 △조리기구 세척 △쓰레기 배출 등으로 정부가 하나하나 규정하고 있다. E-9 비자로 홀서빙이나 계산 업무를 하는 건 법 위반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식당가를 둘러보면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국내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학생이다. 유학생은 주중 25시간까지 시간제 일자리 취업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학생들이 국내 근로자가 기피하는 서비스업 고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서울 강북구의 한 호프집 주인은 “요즘엔 유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없으면 식당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유학생 중 상당수는 졸업 후에도 한국에 계속 머무르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관련 법률에 따른 규제 등으로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 근로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체류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가 크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유학생 비자(D-2)로 식당에서 홀서빙을 할 수 있지만, E-9 비자는 허용하지 않는 규제는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K팝’ ‘K푸드’를 좇아 한국을 찾은 유학생들을 저출생, 고령화로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고용시장의 한 축으로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낡은 제도와 규정 때문에 전문 인력과 숙련 인력을 경쟁국에 빼앗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