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거래량이 적어 시가 파악이 어려운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주택은 감정평가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실제 가치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적게 내는 사례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주거용 부동산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3일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주거용 부동산 거래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 주택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 나인원한남(전용면적 273㎡·사진)은 추정 시가가 220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86억원(39.1%)에 불과하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235㎡)는 추정 시가가 180억원인데 공시가격은 75억원(41.7%)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부동산을 원칙적으로 시가(매매, 유사매매가액 등)로 평가하고, 시가가 없으면 기준시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중형 아파트보다 대형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예를 들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 223.6㎡)를 증여할 경우 기준시가 37억원을 적용해 세금 13억7000만원을 낸다. 추정 시가는 70억원에 달하지만, 비교 대상이 거의 없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공시가격을 적용한 것이다. 한편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전용 84㎡)는 기준시가가 25억원으로 타워팰리스보다 낮지만 시가 40억원을 적용해 증여세 15억2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국세청은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감정평가 대상에 주거용 부동산을 추가하고 선정 기준도 확대한다. 신고가액이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하도록 개선한다. 지금은 신고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 비율이 10% 이상일 때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한다.
개정되는 규정은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세 법정 결정 기한이 도래하는 부동산부터 적용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감정가액으로 평가하면 상속·증여세는 증가하지만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며 “납세자 스스로 감정가액으로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가 최대 500만원까지 공제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