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사(OTA) 시장은 국경 없는 전쟁터다. 트립닷컴, 아고다 같은 글로벌 OTA가 빠르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신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혈 마케팅만으론 차별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인터파크트리플도 기술력과 서비스 고도화로 승부를 건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신정호 부사장(여행사업그룹장·사진)은 3일 “항공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항공 예약 시스템을 론칭했다”며 “항공사들과 협력해 신규 항공권 판매 표준(NDC)을 연동, 차별화된 항공 요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DC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개발한 항공권 유통 시스템의 새로운 표준이다. 항공사들이 OTA에 직접 항공권을 판매해 항공권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인터파크트리플은 대표적 국내 OTA인 인터파크 투어, 트리플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신 부사장은 자체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보통 항공권을 살 때 출발, 도착 날짜와 행선지까지 다 적어야 요금 리스트가 나온다. 하지만 고객은 실제 정확한 날짜나 행선지를 정해놓지 않고 항공권부터 알아보는 사례가 많다. 신 부사장은 “예컨대 12월 초에 1주일 여유가 있고, 예산이 300만원이라면 가장 적합한 항공권을 보여주는 인텐트(고객 의도) 기반의 검색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기존 항공권 검색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가 쌓이고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연령이나 성별, 과거 항공권 구매 이력 등의 정보로 개인화된 항공권 추천도 가능해진다.
수화물 보장, 항공 지연 보상, 취소 환불 수수료 보상 등 항공 안심 플랜 서비스도 최근 시작했다. 짐을 분실했거나 항공편이 늦어졌을 때 고객들은 항공사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추가 요금을 내면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항공권 자동환불 서비스도 40개 항공사로 확대했다. 1 대 1 문의나 전화 상담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환불 절차가 끝난다. 신 부사장은 “수화물이나 기내식, 좌석 지정 등의 부가서비스 판매 기능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신 부사장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항공권 연계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1만원을 내면 이틀간은 현재 가격에 항공권을 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프라이스 프리즈’(가격 동결)나 항공권 구매 후 가격이 내려가면 재계약을 할 수 있는 ‘프라이스 프로텍션’(가격 보장) 등이 가능하다.
각 항공사의 요금 규정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취소 수수료 등을 안내해주는 AI 에이전트 기능도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은 상담사들이 항공사 규정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고, 티켓 성격에 따라 환불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AI를 잘 활용하면 상담사의 업무가 크게 효율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오는 27일 야놀자 플랫폼과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놀(NOL) 유니버스’로 새롭게 출범한다. 신 부사장은 “항공과 숙박은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 시장”이라며 “힘을 모으고 스케일을 키워야 글로벌 OTA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