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은행 수준으로 규제한다

입력 2024-12-03 16:43
수정 2024-12-03 16:47

정부가 기관별로 제각각인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5대 상호금융의 감독기준을 상향 평준화한다. 일부 건전성 기준은 은행 수준의 강한 규제를 도입한다.

금융위원회는 3일 관계부처와 올해 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상호금융권 건전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각 조합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과 각 조합 중앙회가 참석했다. 각 부처는 지난해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계기로 상호금융권 감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5월 1차 협의회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응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선 조합의 자본 확충, 중앙회의 위기 대응 역량 강화, 대형 조합 관리 등 주제별로 총 10대 과제를 지정했다. 자본 확충에선 먼저 조합의 분할·해산 등에 대비하는 의무 법정적립금을 자기자본의 3배로 상향 평준화한다. 신협이 납입출자금 총액의 2배에서 농·수·산림과 같은 자기자본의 3배로 올라간다.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새마을금고도 규제 일원화를 검토한다.

상호금융권의 적기시정조치 기준도 상향한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금융당국이 조치하는 강제 구조조정으로 경영개선 권고, 요구, 명령으로 나뉜다. 금융당국은 가장 강도가 낮은 경영개선권고의 기준을 농협 수준(순자본비율 5%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신·수·산림은 자본비율이 2% 미만, 새마을금고는 4% 미만까지 내려가야 경영개선 권고를 할 수 있다.

상호금융권 대형화 추세를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형 조합에는 은행 및 저축은행 수준의 규제 체계를 도입한다. 대형 조합의 부실은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1조원 이상 조합부터 은행에서 운영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또 대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저축은행에서 시행하는 동일차주 여신한도 규제를 신설한다.

중앙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예·적금의 일부를 중앙회에 예치하도록 하는 상환준비금 의무예치비율을 각각 예·적금의 8%, 5%에서 농·수·산림과 같은 10%로 끌어올린다.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 여력을 높이는 조치다. 현재 2~5%인 중앙회의 경영지도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매년 상향해 저축은행(7%) 수준에 맞춘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향후 지배구조, 내부통제, 검사·감독 및 제재 등에 대한 추가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