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아파트' 싼값에 자식 물려주더니…꼼수 증여 막힌다

입력 2024-12-03 12:00
수정 2024-12-03 13:30


내년부터 상속·증여세를 낼 때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또는 1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 평가를 받게 된다.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저렴한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속·증여세를 과소 납부하는 사례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실제 가치에 맞게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도록 내년부터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주거용 부동산 등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3일 발표했다. 주거용 부동산의 신고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은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어 시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컨대 전용면적 273㎡의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은 추정 시가 220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86억원(39.1%)에 불과하다. 전용면적 235㎡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추정 시가 180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75억원(41.7%)이다.

이런 가운데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가능하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심지어 중형 아파트보다 대형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부동산을 원칙적으로 시가(매매, 유사매매가액 등)로 평가하고, 시가가 없는 경우 기준시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도곡동의 타워팰리스(223.6㎡)를 증여할 경우 기준시가 37억원을 적용해 13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추정 시가는 70억원에 달하지만,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준시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84㎡)를 증여받는 경우 기준시가가 25억원으로 타워팰리스보다 더 낮지만, 시가 40억원을 적용해 15억20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개정되는 규정은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세 법정 결정 기한이 도래하는 부동산부터 적용된다. 국세청은 신고 안내 단계부터 감정평가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 감정평가 방법 및 절차를 담은 개별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감정가액으로 평가하면 상속·증여세는 증가하지만, 향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면서 "납세자 스스로 감정가액으로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 비용이 최대 500만원까지 공제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