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선 노트북·폰 멀쩡한데…'자전거 도둑' 왜 많을까

입력 2024-12-02 18:01
수정 2024-12-10 16:48

매년 1만 건이 넘는 자전거 절도 사건이 이어져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생 건수 기준으로 자전거 절도 사건은 휴대폰 등 전자기기와 소매치기 등을 제친 ‘절도 범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페 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폰, 노트북 등의 도난 사건은 드문 반면 유독 자전거 절도 사건은 기승을 부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 자전거가 보급돼 ‘훔친 자전거’의 환금성이 높아졌는데도 자전거 절도를 경미하게 여기는 수사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등록제 강화 등 절도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전거 절도 연간 1만2000건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절도 발생 건수는 1만1555건으로, 전체 절도(18만9570건)의 6.0%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침입 절도 1만3891건(7.3%)에 이은 2위였고 차량털이(7054건)의 1.6배, 오토바이 절도(3348건)의 3.4배 수준으로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를 외부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두다 보니 여전히 10대들이 ‘빌려 탄다’고 인식하고 타고 가는 사례가 많다”며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합치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절도는 미성년자 인구 비중이 높은 베드타운 및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 유독 잦다. 세종경찰청은 올해 1~10월 절도 중 자전거 사건이 21%에 달하자 ‘자전거 절도 예방 TF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붙잡힌 절도범 10명 중 9명이 10대였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5대 범죄는 감소했는데 자전거 절도만 대폭 늘어 학교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훔친 자전거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쉽게 처분할 수 있게 된 점도 ‘자전거 도둑’이 뿌리뽑히지 않는 이유다. 중고 장터 앱에는 대당 수백만원짜리 로드바이크와 전기자전거는 물론 변속기·크랭크·브레이크 등 자전거 부품을 수만~수십만원에 팔겠다는 글이 즐비하다.

고가 자전거만 골라 훔치는 털이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7월 경남 창원시 마산중부경찰서는 4100만원어치의 자전거 25대를 훔친 40대 남성을 붙잡았다. 동종범죄 전과 8범인 그에게 압수한 자전거 중 600만원짜리도 있었다. 미흡한 경찰·지자체 대응경찰이 자전거 절도를 여전히 경미한 생활 범죄로 보는 탓에 검거율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자전거 절도 검거율은 33%로, 전체 절도 사건 검거율(6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찰은 강력 사건이 아닌 자전거 절도에 경찰력을 집중하기 쉽지 않고, 자전거 도둑을 붙잡아도 ‘10대 초범’인 사례가 많아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고급 자전거는 귀금속이나 전자기기 이상 가는 가격임에도 여전히 피해 규모가 작은 절도로 취급하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절도 예방을 위한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했지만 예산 부족과 저조한 참여율로 중단하는 곳이 적지 않다. 등록제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2021년 17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줄었다. 자전거 절도로 골머리를 앓던 서울 양천구는 등록제가 정착하면서 도난율이 떨어진 사례로 꼽힌다. 양천구 관계자는 “등록된 자전거의 도난율은 0.16%로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입시설명회와 지역 축제 등에서 구민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등록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고 플랫폼에서 자전거 판매자와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절도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며 “자전거 절도도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