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구 붕괴를 막는 길

입력 2024-12-02 17:48
수정 2024-12-03 00:10
며칠 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X(옛 트위터)에 현재 출생률로 볼 때 3세대가 지나면 한국은 인구 붕괴에 직면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인구 감소에 둔감한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머스크가 고맙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가 내건 공약 가운데 재미난 것이 하나 있었다.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오는 불법이민자들은 철저히 통제하겠지만, 미국으로 유학하러 와서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영주권을 주겠다는 공약이다. 얼마나 영리한 발상인가. 위험할 수 있는 불법 이민자는 막고, 대신 경제·교육 수준이 높은 외국인이 미국 대학에 와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영주권을 주겠다고 하면 전 세계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은 모두 미국으로 모여들 것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은 왜 그렇게 미국에 가서 살고 싶어 할까? 미국 영주권은 장점이 많다. 미 영주권자는 선거에서 투표만 못 할 뿐이지 시민권자가 누리는 대부분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유학생보다 대학 학비를 6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학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주택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졸업 후 비자 없이 취업할 수 있고 실업 상태면 실업수당도 받는다. 이렇게 부유한 미국에 가서 아이를 낳으면 ‘속지주의’ 덕에 그 아이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 그래서 미국은 출생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인구 걱정을 덜 하는 편이다.

우리도 생각해 볼 만한 정책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 학생이 오면 인구 감소 및 부족한 노동력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소멸하는 지방 대학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족한 대학원 연구인력을 채워주고 한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들어줄 똑똑한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한시적으로 속지주의를 채택하면 어떨까. 최근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경영하는 지인에게서 한 외국인 직원 부인이 애를 낳으러 본국에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 직원들은 한국에서 아기를 낳으면 출생신고를 할 방법이 없고 법적으로도 복잡해 본국에 돌아가서 아기를 낳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미국처럼 부모가 외국인이라도 한국에서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해주고,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나 군 복무 의무를 다하는 시점에 한국 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갖게 하면 어떨까?

올해 인천시가 출생아 증가율이 8.3%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유정복 시장의 1억원 플러스 아이드림과 신혼부부 주택 지원 등 저출생 대책 정책들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인천시의 효과 높은 출생 장려 정책들을 전국에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