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IPO 계획 없다"던 그때 이스톤PE “곧 상장한다”며 자금모집

입력 2024-12-06 08:48
수정 2024-12-09 09:43
이 기사는 12월 06일 08: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측근들이 설립한 이스톤프라이빗에쿼티(이스톤PE) 측이 하이브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을 추진하기로 한만큼 안전하다"라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이사회와 설립자들이 하이브의 임원 등 내부관계자로 구성된 점도 LP들의 신뢰를 얻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스톤PE에 하이브 구주를 팔았던 투자자 측은 "회사 측이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해서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톤PE는 뉴메인에쿼티와 함께 IPO 플랜을 공유하면서 하이브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1호 펀드 모집에선 성사시키지 못했던 방 의장과 '수익 공유' 계약을 대형 금융사들이 참여한 2호 펀드에서 통과시켰다. 2019년 11월 조성된 이스톤·뉴메인 제2호 펀드에 자금을 댄 한 출자자(LP)는 "당시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하이브(당시 빅히트) 실적도 탄탄해졌던 시기였지만 상장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호 펀드와 2호 펀드 확연히 달라진 LP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측근들이 설립한 이스톤프라이빗에쿼티가 초기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2019년 6월 결성한 1호 펀드(이스톤 제1호)는 세 펀드 중 가장 적은 금액인 250억원을 모으는 데도 난항을 겪었다. 1호 펀드엔 호반건설이 약 100억원을 투입했고 나머지 LP들은 베일속에 싸여 있다.

불과 5개월 뒤인 그해 11월 설립된 2호 펀드(이스톤-뉴메인 제2호)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형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들로 진용을 갖췄다. 총 1050억원 규모인 2호 펀드는 자본금으로 690억원을 조달하고 금융기관에서 인수금융으로 360억원을 빌렸다.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 창업자인 이상록 회장의 패밀리오피스인 스탠더스가 200억원을 출자해 지분 28.9%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키움증권이 120억원, IBK캐피탈이 90억원, NH투자증권이 30억원, 신한금융투자가 20억원을 출자했다. 일부 개인들도 조합 형태로 일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의장은 1호 PEF와 2호 PEF 모두에 2023년까지 하이브가 IPO를 하지 못하면 방 의장이 투자자 지분을 되사주는 내용의 풋옵션을 체결했다. 다만 2호 펀드와 달리 1호 펀드엔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을 배분받는 계약은 넣지 못했다. LP와의 협상력이 5개월 사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금융권에선 방 의장 개인의 풋옵션을 투자 안전 장치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은만큼 IPO 관련 추가 확약이 LP들에는 공유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방 의장이 풋옵션을 받아준다 하더라도 방 의장에게 이익의 30%가량을 분배해주는 데다 방 의장 개인에게 그정도의 재산이 없을 가능성이 커 보수적인 금융권 투심위를 통과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운용사가 하이브가 IPO를 강행할 것이란 추가적인 확신을 LP들에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1호 펀드가 조성된 2019년 6월과 2호 펀드 조성 시기인 11월 사이 하이브 소속 BTS(방탄소년단)의 위상이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 1호 펀드 조성 직전인 5월부터 월드투어를 시작한 BTS가 성공리에 마무리하며 글로벌 스타로 공식적인 데뷔에 성공한 시기다. 방 의장이 하이브의 IPO를 진행한다는 확약만 준다면 LP입장에선 충분히 '안전한 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2호 펀드 출자자는 "이익의 30%를 분배해도 회사가 IPO만 추진한다면 안전하게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P들도 수익은 봤지만...실제 하이브의 IPO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019년 11월 2호펀드 출자 직후 두달여만인 2020년 1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한요청서(RFP)를 발송하 5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부구해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알펜루트 등 2호 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운용사들에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반복해온 점과 정반대의 행보였다.

하이브의 IPO 이후 두 PEF들이 장내 매도를 통해 원금 대비 5~6배의 이익을 내면서 LP들도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2호 펀드는 하이브가 상장한 2020년 한 해에만 매각 차익으로 2026억원을, 2021년엔 1143억원을 벌어들여 총 3169억원을 매출로 인식했다. 이익 배분 약정에 따라 방 의장에 따로 지급한 금액은 제외한 매출로 추정된다. PEF에 200억원을 출자한 스탠더스도 2020년 481억원, 2021년 464억원 두차례에 걸쳐 총 945억원을 배당으로 수령했다.



두 PEF에 앞서 2018년 하이브에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39억원을 투자해 9611억원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LP들의 실제 실현 이익은 원금 대비 6.9배 수준인 7100억원으로 파악된다. 차액인 2511억원 중 상당수가 주주 간 계약상 이익 공유에 따라 방 의장에게 지급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 의장과 운용사뿐 아니라 이스톤PE 측 펀드 출자자들도 하이브 상장으로 투자한 지 2년이 채 안돼 원금의 4~5배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다만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대주주와 수익을 나누는 계약 구조와 투자자들의 회수 방안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출자를 강행한 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시장의 미칠 여파보단 자사 수익율에 매몰됐다는 시각이다. 부서 간 정보교류 제한장치(파이어월)을 고려하더라도 IPO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운용 파트를 통해 2호 펀드에 30억원을 출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방 의장 비밀 계약을 LP로 참여한 주요 증권사와 은행 등은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채 IPO 투자자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준호/조진형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