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감옥갈라"…바이든, 임기 막판에 아들 헌터 '사면'

입력 2024-12-02 11:51
수정 2024-12-02 15:2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각종 범법을 저지른 아들 헌터 바이든을 임기 막판에 사면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1일(현지시간) 아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면’을 발표했다. 그는 “정치적 영향으로 인한 불공정한 처리”를 사면 결정 이유로 언급했다.

헌터 바이든은 불법 총기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로 오는 12일 선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미국은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지만, 마약을 사용한 중독자에게는 아니다. 그는 2018년 10월에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사서 11일 동안 소지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 배심원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세금 포털 혐의에 대한 유죄 선고도 16일 예정돼 있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최소 140만달러(약 20억원)의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혐의다. 헌터 바이든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9건의 혐의에 관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헌터 바이든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인정한 12개 혐의의 원래 최대 형량은 총 42년에 달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범죄에 대해 최대형량이 선고되지는 않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총기소지 문제는 초범이고 소지기간이 짧아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세금 혐의는 보다 심각하며, 총기소지 건으로 유죄선고를 받고 세금으로 다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형량이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마크 스카시 연방 판사는 지난 9월 캘리포니아 법정에서 헌터 바이든에게 “유죄 인정이 최대 17년의 징역형과 최대 130만 달러의 벌금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지” 물었고, 바이든은 이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권은 2014년 1월1일부터 이날까지 헌터 바이든이 ‘저지르거나 저질렀을 수 있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적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들이 “선별적으로, 불공정하게 기소됐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헌터의 사건에 대한 사실을 살펴보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헌터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되었다는 결론 외에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위해 가족이 매사추세츠 낸터켓에 모여 있던 시기에 이 결정을 내렸다. 헌터 바이든의 변호인들은 전날 ‘헌터 바이든에 대한 정치적 기소’라는 52페이지 분량 문서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사법 시스템을 믿는다”면서도 “날것의 정치가 이 과정을 오염시켰고 그것이 사법 정의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한 아버지이자 대통령으로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자동차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그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장남 보 바이든은 2015년 뇌암으로 사망했다. 헌터의 약물 중독 문제도 이 시기에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중독의 가장 어두운 시기 동안 저지른 실수는 정치적 스포츠로 나와 내 가족을 모욕하는 데 이용되었다”면서 “오늘 주어진 사면을 결코 당연히 여기지 않고, 재건한 삶을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바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그동안 사면권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온 바이든이 막판에 사면권을 행사한 것에 대한 정치적인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 등은 지난 6월 그가 불법 총기소지로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사면 가능성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사면이 수년 간 감옥에 갇혀 있는 1월 6일 사건 구금자들(J-6 hostages)에게도 적용되느냐"면서 "심각한 권력 남용이자 사법 정의의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헌터 바이든 사면에 관한 피드를 공유하면서 “모두가 그가 이럴 줄 알고 있었다”며 “다만 민주당(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 하려고 했던 것 뿐”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 X에 게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즉각 트럼프 주니어의 글을 공유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