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비행"…유기견 구하다 숨진 한국계 파일럿

입력 2024-12-02 11:15
수정 2024-12-02 11:16

미국에서 유기견 구조를 위한 비행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국계 조종사 석 김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파일럿이 되는 것이 꿈이던 김 씨는 4년 전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동물 구조단체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단체는 재난지역에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동물 보호소로 이송하는 일을 한다.

지난달 24일 김 씨는 여느 때와 같이 구조 활동을 위해 이륙했다. 이날의 여정은 강아지 리사를 비롯한 세 마리의 유기견을 태우고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뉴욕주 올버니로 가는 것이었다.

이들이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날 무렵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비행기는 그대로 추락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씨는 이 사고로 인해 향년 49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함께 타고 있던 리사도 숨을 거뒀고, 나머지 강아지 두 마리는 살아남았다.

김 씨의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를 칭찬했다. 그의 동료 페니 에드워즈는 그가 "놀라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에드워즈는 그가 올해 허리케인 '헬렌'으로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며 "그는 동물 구출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불의의 사고 이후 김 씨의 가족은 김 씨의 마지막 비행에 함께했던 강아지 리사의 유해를 김 씨 가족의 집 뒷마당에 묻기로 했다.

김 씨의 딸 레아(16)는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설 만큼 리사에 대해 각별했다"며 "우리는 리사를 계속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리사의 유해가 김 씨 가족의 집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김 씨를 위한 '추모 비행'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끝으로 레아는 "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리사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