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꾼 잡는 할머니, 놀라운 정체 알고 보니 [영상]

입력 2024-12-02 09:02
수정 2024-12-02 09:13

사기꾼을 퇴치하는 의외의 인물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CBS에 따르면 영국의 전화 회사인 버진 미디어 오투(O2)가 전화 사기 퇴치를 위해 만든 AI 생성 할머니 데이지가 지난달 14일 처음 등장한 이후 12일 만에 1000건 이상의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데이지는 기술에 대해 무지함으로 사기꾼을 좌절시켰고, 손주들에 대한 무의미한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했다. 가장 오래 지속된 대화는 약 40분으로 알려졌다.

머레이 맥켄 버진 미디어 오투 사기 담당 이사는 성명을 통해 "데이지는 사기 방지팀에 새롭게 합류한 멤버"라며 "사기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그들을 교묘히 속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데이지가 하는 말은 사람이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본질적으로는 할머니의 캐릭터를 적용한 AI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사기꾼의 말을 듣고 음성을 텍스트로 번역해 기능하는 방식이다. AI가 특정 사기 훈련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여 적절한 응답을 찾고, 해당 텍스트 응답을 데이지가 답할 수 있도록 음성으로 번역하는 것. 이 모든 작업은 추가 입력 없이 몇 초 만에 이뤄진다.

버진 미디어 오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69%는 사기의 표적이 됐고, 해당 회사는 지난해에만 2억 5000만 파운드(한화 약4437억원) 이상의 의심스러운 사기 거래를 가로채 차단했다고 밝혔다.

버롭 오어 버진 미디어 오투 COO는 "전화 사기는 만연한 수준이며, 사기꾼들이 조직적으로 전문적인 콜센터를 운영하여 매일 매초 영국인을 무자비하게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대응책을 강화하고, 이 범죄 집단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억제력이 없다면 범행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BS는 "미국에서도 전화 사기는 큰 문제"라며 "사용자 한 명당 한 달에 약 8건의 스팸 전화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지의 미국 버전은 없지만, 미국 전화 회사에서도 사기나 로봇 콜을 식별할 수 있는 통화 선별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구글은 지난달 13일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에 전화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AI 신기능을 발표했다. 구글 AI는 발신자가 긴급하게 송금을 요청하거나 계좌 로그인 정보나 은행 정보를 요청하는 등 사기와 일반적으로 연관되는 대화 패턴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거나 진동하며 경고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화로 비밀번호나 은행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건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사기이며, 문자 메시지로 발송되는 링크 역시 주의를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