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코인 과세 밀어붙이더니…청년표 이탈 우려에 입장 바꿔

입력 2024-12-01 17:54
수정 2024-12-02 02:33
암호화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2년 유예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년 시행을 주장한 입장을 갑자기 뒤집어 배경이 주목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주장하며 세액공제액만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암호화폐 과세는 2027년부터 이뤄지게 됐다.

입장이 바뀐 이유에 박 원내대표는 “따로 시간 내서 말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오랜 숙의와 토론(을 거쳤고), 정무적 판단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 선회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틀 전만 해도 박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의 과세 유예 반대가 확고했다”고 했다. 과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당직자에게 박 원내대표 등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된다”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달 29일까지도 암호화폐 과세 유예 여부가 여야 간 쟁점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지난달 21일께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과세가 가능한지” 등을 질문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직후 진 의장이 “암호화폐 과세는 총선 공약이며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서둘러 진화했지만, 당 지도부 내에서는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민주당 한 원내 관계자는 “암호화폐 과세를 놓고도 일부 언론에서 ‘재명세(稅)’라고 이름 붙이는 등 금융투자소득세 논쟁 때와 같은 부담이 이 대표에게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된 소득세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2일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당 차원의 입장을 서둘러 정리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금투세에 이어 암호화폐 과세까지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기존 지지층을 중심으로는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금투세 유예 결정을 내렸을 때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자신이 무게를 실은 주요 정책 현안을 연이어 뜻대로 관철하지 못한 진 의장 역시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