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산업용 칼날 개발한 엔티이엔지

입력 2024-12-01 18:09
수정 2024-12-02 01:26
경기 평택의 자동화 장비 제조사 엔티이엔지가 최근 국내 최고 수준의 ‘초정밀 산업용 칼’(blade)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일의 나노미터(㎚) 단위 정밀도를 갖춘 칼날 제조 기술이 알려지면서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다. 1㎚는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엔티이엔지가 개발한 블레이드는 500~800㎚ 수준이다. 조재연 엔티이엔지 대표(사진)는 “수년간 자체적으로 개발한 정밀가공 기술을 활용해 텅스텐 계통의 초경합금으로 블레이드를 개발했다”며 “산업 전반에서 정교한 제품을 생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이를 제대로 절단할 수 있는 블레이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엔티이엔지가 초정밀 블레이드 개발에 나선 것은 2013년부터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갖춘 블레이드를 개발했으나 점차 완성도를 높여 지금의 나노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와 삼화콘덴서는 엔티이엔지가 제작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용 초정밀 절단기를 검증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일정량 내보내는 댐의 기능을 하는 장치다. 삼성전기는 현재 5차 테스트를 마치고 마지막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고용량 MLCC 제작에 엔티이엔지의 블레이드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조 대표는 엔티이엔지의 블레이드를 사용하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도 훨씬 정교하게 절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재와 음극재의 버(burr·절단면의 상태) 사이즈를 3㎛ 이내로 자를 수 있다”고 했다.

2001년 설립된 엔티이엔지는 자동화기계 전문업체다. 그동안 대당 5000만원이 넘는 장비를 300종 이상 개발했다. 소재 검사장비, 자동차부품 제조 장비, 모바일 자동화 장비, 의료·바이오 장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장비를 다룬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