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해 교통사고로 인한 처벌을 면제받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른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면 별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0월 31일 A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 25일 서울 서초구에서 운전하던 중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차선을 변경했다가 주행 중이던 B씨의 SUV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 특례법 4조는 뺑소니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를 사고를 이유로 기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A씨가 다른 차의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데도 진로를 변경했기 때문에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범칙금 3만원과 벌점 20점을 부과했다.
A씨는 범칙금을 한번 냈다가 한 달 뒤 돌려받고 그 이후로 다시 납부하지 않았다. 벌점 20점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범칙금 미납으로 A 씨에 대한 즉결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하자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면책 조항으로 처벌을 면하게 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납부 대상이 되고,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1심은 혐의를 인정하되 죄질이 가볍다고 보고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며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벼운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 종합보험 가입 여부 등 일정 조건 하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교통사고처리법 취지인데 반해, 검찰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따로 빼내어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소 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거기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은 별개의 법이며, 경찰과 검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자가 범칙금을 내지 않는 경우의 처리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처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사가 처음부터 A씨를 재판에 넘긴 것이 아니라 A씨가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라 후속 절차가 진행돼 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근거가 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