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에이백신연구소 "면역증강제 더한 범용 독감백신 가능성 증명"

입력 2024-12-02 09:21
수정 2024-12-02 09:22
엔에이백신연구소가 개발한 면역증강제 '넥사번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범용 독감예방 백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면역증강제는 백신 제조 시 첨가해 면역 반응을 극대화해주는 물질이다.

엔에이백신연구소는 기존 시판 중인 백신 항원에 넥사번트를 혼합해 접종하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방할 수 있어 범용 백신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1월 29일자에 발표했다.

시판 중인 독감 백신은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만 예방하고 변이 바이러스를 예방하지 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그해 유행할 독감 변이를 예측해 발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감예방 백신 생산 기업들은 매년 이를 기반으로 백신을 생산해 판매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계절성 독감 백신의 효능은 19~60%로 편차가 매우 심하다. 또 2009년 신종플루 사태처럼 기존 예측을 빗나간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경우 팬데믹을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엔에이백신연구소 연구진은 신규 면역증강제인 넥사번트를 기존 시판 중인 독감 백신에 혼합해 효능을 확인한 결과 혈청과 비강, 폐 점막에서 항원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기존 시판 중인 백신만으로는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넥사번트를 혼합한 경우 폐에 상주하는 기억T세포가 형성됐다. 이는 다른 아형의 독감에 감염됐을 때 방어를 위한 필수 요소다. 특히 폐 상주 기억T세포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교차 반응성을 나타냈다. 만약 조류독감에 감염돼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기존 주사제로 접종하는 방식의 백신 대신 비강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했다. 폐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해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교차 반응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엔에이백신연구소 관계자는 "넥사번트를 이용하면 교차면역이 되기 때문에 매년 백신을 새롭게 생산할 필요가 없다"며 "또 10년에 한 번만 접종하면 될 정도로 세포성 면역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범용 독감백신에 대한 독성시험과 비강 스프레이형으로 개발하기 위한 용기 선정 및 제제화 등 상품화 과정을 위한 추가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가 임상에서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법도 개발할 예정이다. 엔에이백신연구소는 독감 외에도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등 여러 호흡기질환 백신에도 넥사번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호 엔에이백신연구소 대표는 "범용 독감백신은 연 10조원 규모 독감백신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며 "엔에이백신연구소의 흡입 범용 독감백신은 이미 보유한 항원과 넥사번트를 섞어 제제화하기만 하면 돼 기존 백신 생산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