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 하이브의 창업자 방시혁 의장이 2020년 회사 상장 전 사모펀드(PEF)와 계약을 맺고, 지분 처분 수익의 일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하이브 측은 해당 계약이 법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IPO(기업공개) 전 이를 미리 공시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은 2018년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뉴메인에쿼티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스틱은 하이브 지분 12.2%, 이스톤과 뉴메인은 11.4%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은 본인 지분을 기반으로 "기한 내 IPO 실패 시 PEF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 약정을 맺고, IPO 성공 시 PEF 지분 매각 차익의 약 30%를 받기로 했다.
2020년 10월 하이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되며, 해당 PEF들은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도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차익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방 의장은 이 차익금 대부분을 회사 유상증자에 재투자해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IPO 당시 증권신고서나 관련 공시에 포함되지 않아, 계약 내용이 공개된 것은 최근이다. 방 의장이 IPO 당시 보호예수 조항에 따라 지분 매매가 제한되자, PEF와의 비공개 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이브는 상장 직후 공모가(13만5000원)의 두 배인 27만 원으로 시작해, 약 2주 뒤 14만2000원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변동성 속에서 PEF가 지분을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방 의장이 IPO의 시장 열기를 활용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는 논란이 불거지자 29일 공시를 통해 "상장 주관사들이 해당 주주 간 계약을 법적으로 검토했으며, 법령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PEF와의 계약을 IPO 전 공시해야 했는지 여부에 대해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하이브와 PEF는 계약 내용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는 IPO 전 PEF와 유사한 계약을 맺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본다. 상호 간의 계약 성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언아웃' 제도다. PEF는 IPO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풋옵션을 요구하며, 대주주는 IPO 성공 시 차익 배분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적 문제와 별개로, 방 의장이 받았던 차익 배당금이 비공개 계약에서 비롯된 점은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