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찬' 김 비싸서 못 먹을라"…때아닌 '사재기' 무슨 일?

입력 2024-11-29 17:41
수정 2024-11-30 01:16

김의 원료인 물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고수온 영향으로 김 수확 시기가 보름 넘게 늦어진 상황에서 재고 부족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물김 확보를 위해 한꺼번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물김 가격이 뛰어 김 소매가격도 두 자릿수 넘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해남군수산업협동조합에선 물김이 망(120㎏)당 평균 54만2601원에 거래됐다. 1년 전(17만2805원) 가격의 세 배 수준이다.

다른 위판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진도군수산업협동조합에선 20~22일 물김이 망당 65만~75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같은 시기에 30만~35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배 넘게 뛴 것이다. 서천군수산업협동조합에서도 물김의 망당 평균 가격이 작년 11만~15만원에서 올해 30만원대로 상승했다.


물김은 통상 11월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생산된다. 어민들이 수확한 물김은 위판장에서 경매를 거쳐 마른김 업체에 넘어간다. 물김이 마른김으로 가공되면 조미김 업체가 이를 사들여 맛과 향을 더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물김 가격 상승을 반드시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어촌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에 귀어 인구를 늘릴 유인이 된다. 하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해 김 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김 가격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기본적으로 고수온이 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 특보는 7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71일간 이어져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이 25도 이상일 때 발령된다. 김 종자를 김발에 붙이는 ‘채묘’ 작업은 수온이 22도 이하로 떨어져야 시작된다. 2025년산 물김의 첫 위판은 작년보다 25일 늦은 지난달 30일에야 전남 진도군에서 이뤄졌다.

재고가 떨어진 김 업체들이 동시에 ‘물량 확보전’에 나서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김 재고량은 1500만 속으로 추정됐다. 최근 5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수출이 늘자 국내 재고가 줄었다. 양태용 한국김수출협회 회장은 “김 판매 업체들은 보통 1년치 재고를 보유하는데, 최근엔 올 연말까지의 재고만 가까스로 확보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중국이 조만간 한국산 김의 관세율을 높인다’는 소문이 돌아 업체들이 관세 부과 현실화 전에 대중 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물김 ‘패닉 바잉’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올해 김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5월부터 9월까지 중국산 김 825t에 할당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중국산 김에서 인체에 안전하지 않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곧장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해양수산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올릴 수는 없다”고 일축했지만 중국이 이의 보복으로 관세를 높일 것이란 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물김 가격이 뛰자 김 소매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조미김 가격에서 김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라며 “작년보다 가격이 1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