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요즘도 점집이 잘나가는 이유

입력 2024-11-29 18:21
수정 2024-11-30 00:44
80만 명. 국내 무속인 수는 2000년대 초반 20만 명에서 올해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심리학자인 한민이 쓴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현대인이 여전히 신을 찾고 주술적 관습에 현혹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한국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의지하려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궁금해 점집을 찾는다. 무속인의 조언은 두루뭉술하다. “언제쯤 무슨 운이 들어오니 어떤 종류의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무속인의 말을 대입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제감을 얻는다. 굿과 부적의 효과는 무당의 힘이 아니라 플라시보 효과와 자기실현적 예언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의 빠른 성장에서도 무속신앙의 관념과 영향을 발견한다. 신의 아들인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토속 신앙과 닮았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무당의 역할이 성직자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는다.

미래에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관계없이 의지할 곳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종교의 역할은 아직 남아 있다. 사람들의 우울과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 그 근거다. 저자는 앞으로 한국 종교의 모습은 한국인의 우울과 불안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형태로 발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