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격화하면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추 원내대표가 본연의 역할인 '대야 협상'에 더해 당내 중재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 원내대표는 최근에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격하게 맞붙은 '당원 게시판'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습니다. 계파 간 감정이 실린 말이 오가기 시작하자 "조금은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며 달래기에 나선 것이죠.
추 원내대표는 이후 양측 모두로부터 항의의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친윤계도 친한계도 '냉각기를 가져서 될 문제냐'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당내 일각에서는 '추경호 대표가 동네북이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어보면, 추 원내대표는 오랜 기간 당내 갈등을 중재하면서도 최소한 의원들의 신뢰는 잃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의원은 최근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부총리에 3선 의원이면 오죽 자기 정치가 하고 싶겠나"라며 "그런데도 그보다는 당정 사이에서 소통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며 말을 아낀다는 점에서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추 대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이 당은 벌써 두 동강 났을 것"이라며 "추 대표가 저 자리에 있었으니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평가의 기저에는 추 원내대표가 실제로 고비의 순간 훌륭한 중재 역할을 해낸 여러 순간이 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우선 악화한 당정 관계 속에서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당 대표와 대통령이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니, 추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선 셈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이달 말을 염두에 뒀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지난 7일로 앞당긴 데는 추 원내대표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지지율 하락세가 멈췄다는 점에서 옳은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놓고 친한계와 친윤계가 '의원총회 표결'을 거론하는 갈등 최고조 상황에서도 추 대표는 '특검감찰관 추진'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국민의힘은 '채상병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출 여부를 원내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하면서 추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이번 당원 게시판 논란을 겪으면서는 한 대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의 중심에 한 대표와 가족들이 서 있기 때문에, 한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진행형인 이번 논란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정치에서 당초 '중재' 역할이라는 것은 잘해도 얻는 게 별로 없어 '잘해야 본전인 장사'도 못 된다고들 합니다. '개인의 영광'은 별로 없는 자리에 선 추 원내대표의 역할에 일부 동료가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 협상도 해야 하고, 의원들도 설득해야 하고, 대통령과 당 대표도 달래야 하니 지금 정치인 중 제일 바쁜 사람이 추경호 원내대표일 것"이라며 "이러나저러나 욕먹을 것을 알고도 맡은 역할이니 잘 해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