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자산될 것" vs "허점 많은 사기일 뿐"…의견 갈렸다

입력 2024-11-28 10:52
수정 2024-1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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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합의된 새로운 규제 체계에 힘입어 탄소배출권 시장 반등에 기대를 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강화되는 배출 규제가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과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오히려 탄소배출을 지속할 구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투자등급 자산될 것"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2위 원자재 거래기업인 트라피구라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반등 가능성에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COP29에서 합의된 새로운 규제 체계가 탄소배출권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나 하우먼 트라피구라 탄소거래 글로벌 분석가는 "배출 억제를 위한 점점 강화되는 규제가 탄소배출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기업의 실험적 활동으로 여겨졌던 상품이 이제는 투자 등급의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참여 방식을 안내하는 규칙집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며 "처음으로 기업들은 2030년까지 자신들에게 적용될 규제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워 가격을 책정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트라피구라는 이달 초 남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걸쳐 있는 미옴보 숲 복원을 위한 새로운 탄소배출권 프로젝트에 5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탄소배출권은 국가나 기업 등이 산림 보호,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줄인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권으로 전환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COP29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정에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2015년 파리협정 제6조를 통해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약 10년 동안 이를 위한 세부 이행 지침은 확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탄소 시장 운영 규정에 합의함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린워싱 논란은 여전일부 전문가들과 기후 운동가들은 새 규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새 규정이 탄소 거래의 오용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탄소배출을 계속할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배출권은 최근 기후 금융 분야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영역 중 하나로 부상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발급된 배출권을 기업들이 구매해 자사의 배출량을 상쇄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프로젝트가 발급된 배출권의 실제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주의) 의혹으로 인해 지난해에는 자발적 탄소 시장의 규모가 23% 줄어들었다.

HSBC홀딩스는 탄소배출권 거래 담당 부서 설립 계획을 보류했고, 쉘은 탄소배출권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의 대다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델타항공, 구글, 이지젯 등 주요 기업들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대니 컬렌워드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먼에너지정책센터 수석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무엇이든 허용되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민기후변화네트워크(IEN)의 타마라 길버트슨은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를 언급하며 "본질적으로 그들이 한 일은 1.5도 의무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의 안 램브레히츠 역시 이번 규정을 "허점 많은 기후 사기"라고 비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