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빙판길, 일명 '블랙아이스'에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오후 5시 50분께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 만종교차로∼기업도시 방면 도로에서 차량 53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다친 가운데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은 이날 내린 눈이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원주지역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빙판길이 생겼고, 잘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로 차량이 제대로 정지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한 것.
기록적인 눈 폭탄은 낭만적인 첫눈이 아닌 '공포'가 됐다는 반응이다. 이날 서울에서는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7년 만에 11월 기준 가장 많은 눈이 내려 아침 출근길부터 혼란이 극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적설량은 서울 15.8cm, 경기 용인 31.9cm, 경기 수원 29.0cm, 충북 진천 29.5cm, 강원 평창 22.8cm 등이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눈으로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53대 연쇄 추돌 사고 전에 강원 홍천군 서석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방향 서석터널 입구에서는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8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6명(중상 2명,경상 4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후 2시5분께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에서는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고속도로 운영사 직원 1명이 숨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경기 남부에는 최대 25cm 이상, 강원 산지에 최대 20cm 이상,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 영서 북부에 최대 10cm 이상의 많은 눈이 더 내릴 전망이다. 정부는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이 때문에 눈길 안전 운전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눈길을 운전할 때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급하게 운전대를 돌리는 것을 꼽았다. 마른 땅에 비해 노면 마찰력이 작아져 조금만 조작해도 차가 크게 휘청이기 때문. 차가 미끄러질 때는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고, 급브레이크도 삼간다. 차를 멈출 때도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눈길에서는 제동거리가 3배 넘게 늘어나기 때문에 앞차와 거리도 평소보다 3배 이상 유지하고, 구동력이 센 드라이브 모드보다는 수동으로 2단 기어를 사용하면 바퀴 마찰력이 증가해 바퀴가 헛도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쌓인 눈으로 차선이 잘 안 보일 때는 앞차 바퀴 자국 따라서 달리고, 굽은 길에서는 사전에 속도를 충분히 줄인 뒤 진입해야 미끄러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육안으로 눈이 보이지 않아도 서행 운전해야 한다.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가 있을 수 있기 때문. 블랙아이스는 녹았던 눈이 다시 얼면서 만들어진 얇고 투명한 빙판을 뜻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겨울철 교통사고 10건 중 3건이 블랙 아이스 위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안부 장관)은 "겨울 첫 강설이면서 야간에 많은 눈이 내린 만큼 제설작업을 철저히 해달라"며 "국민께서도 평소보다 감속하는 등 교통 수칙을 준수하고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 안전에도 유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