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자동차 주식이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조만간 타협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최고 관세' 상하이자동차 37% 급등
중국 유명 자동차 제조사인 상하이자동차가 지난달 29일 17.58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관세 협상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첫 보도가 나온 지난달 25일엔 8.45% 급등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무려 36.60% 폭등했다. 화웨이와 스마트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자동차 스타트업 세레스 그룹(4.19%)과 '중국판 사이버트럭'을 만들고 있는 창안자동차(4.07%) 등도 같은 기간 강세를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중국과 EU의 전기차 관세 협상 진행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과 EU의 기술팀은 가격 약정에 대한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했다"며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장인 베른트 랑게 역시 "중국이 유럽에서 낮은 가격으로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합의할 것"이라고 독일 방송사 N-tv를 통해 언급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10월29일(현지시간) 중국이 중국산 전기차를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적용 기간은 향후 5년간이다. 이에 따라 기존 10% 관세율에 제조사에 따라 차등 관세가 붙게 됐다. 상하이자동차가 45.3%로 가장 높았고, BYD와 지리자동차는 각각 27%, 28.8%로 책정됐다. 중국이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 관세가 필요하다는 게 유럽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양측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가격 하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출 16% 껑충...수혜주는?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1.1%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7월부터 임시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점유율은 주춤세를 보였지만 가성비 높은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업계에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은 테슬라의 모델3보다 1400만원가량 저렴한 전기차 세단 모나 M03를 공개했다.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탑재됐으며, 기본 버전 가격은 11만9800위안(약 2300만원)에 불과하다. 샤오펑은 유럽에 전기차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등 유럽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BYD를 비롯해 샤오펑, 니오 등이 유럽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강력한 정부 보조금 정책과 배터리 경쟁력 제고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체 자동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갖춘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세계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0월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14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전체 신차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이 39.6%에 달한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올해 1~10월 중국 전기차 수출은 105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났다. 특히 올 10월 중국 전기차 해외 수출은 12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는 16% 껑충 뛰었다.
중국 현지에서는 관세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전기차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현지 증권사인 인허증권은 "해외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 전기차 수출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며 "완성차 종목으로 BYD와 리오토(Li Auto), 부품주로 지리자동차와 론신 모터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