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7일 경기 분당과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개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3만6000가구 규모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발표하면서 선정된 구역과 탈락한 구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정을 기대했던 구역에선 주민 내부 갈등에 더해 일부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구역에선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게 과도하게 책정된 공공기여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현장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경쟁 치열했던 분당 ‘후폭풍’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당에선 탈락 단지 주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추진위는 전날 발표 직후 주민에게 공개 사과하며 “종합점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합 재건축 추진 단지 중 특정 단지 주민이 추가 공공기여 등을 반대해 선정에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주민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전체 7000가구인 분당 시범단지는 선도지구 경쟁을 앞두고 1구역(삼성한신·한양, 4300가구)과 2구역(현대·우성·장안타운건영3차,3700가구)으로 나뉘었다. 업계에선 가구 수가 많고 서현역과 맞붙어 있는 1구역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강했지만, 2구역만 선도지구로 뽑혔다. 공공기여 계획과 이주대책 지원 등의 가점에서 2구역이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가점을 얻기 위한 공공기여 등을 두고 1구역 내부 갈등이 커지고 선정 막판 누락된 동의서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선도지구 선정 결과가 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당 시범현대 전용면적 186㎡ 호가는 지난달 중순 24억원 수준이었는데, 선도지구 선정 후 28억원으로 뛰었다. 반면 지난 7월 17억2500만원에 거래된 시범 삼성·한신 전용 84㎡ 호가는 15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른바 ‘실망 매물’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호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오히려 다행” 현장 반응도분당에서 탈락한 단지 중심으로 과열된 경쟁의 후유증을 우려하며 정부가 추진할 주민 제안형 재건축을 선택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추가 공공기여와 장수명주택 인증, 이주대책 제공 같은 평가 가점을 제시한 곳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공공기여가 사업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동의서를 제출했다가 뒤늦게 철회한 주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선도지구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구역 간 과열을 의식해 내년부터는 공모 대신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주민 동의를 50% 이상 받으면 재건축을 승인해주는 식이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제안형은 동의율 기준도 낮고 추가 공공기여를 경쟁적으로 할 필요도 없다”며 “오히려 선도지구 평가 과정에서 생긴 주민 불안을 해소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산은 선도지구 경쟁에 나선 22개 구역(3만 가구) 중 4개 구역(9174가구)만 선정됐다. 이들 선도지구는 재건축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비계획상 기준용적률이 300%로 5개 신도시 중 가장 낮다. 고양 시의회가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면서 향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가 분담금과 이주 문제, 주민 갈등 같은 문제에 먼저 직면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도지구와 후속 단지 간 가격 차이도 향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