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수 협회장 "1조 규모 감정평가산업…AI 접목해 수익성 높여야"

입력 2024-11-28 18:46
수정 2024-11-28 23:30
“1970년대에 본격화된 감정평가산업이 시장 규모 1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양적 성장을 넘은 질적 성장을 위해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합니다.”

올해 재임에 성공한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사진)은 28일 “객관적인 가치 평가는 부동산 시장 발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평가사 50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국토교통부 산하 법정 단체다. 이번 협회장 선거 때 역대 최다인 7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양 회장이 득표율 58%로 재임에 성공했다. 재임 협회장이 나온 건 22년 만이다. 그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리츠협회,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등 9개 부동산경제단체 협력체인 부동산경제단체연합회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감정평가는 동산, 부동산 같은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그 결과를 가격으로 표시하는 업무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는 국토 개발뿐 아니라 산업과 금융 발전의 한 축”이라며 “미래 부동산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 서비스 혁신과 정보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부동산산업 분야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감정평가 업역이 향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도입으로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가 감정평가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양 회장은 “실거래가나 1년에 한 번 조사하는 공시지가를 기초로 하는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은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 가치 산정에 한계가 있다”며 “AVM을 감정평가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전문가가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정평가 제도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1972년 토지평가사와 1973년 공인감정사 제도를 도입한 후 1989년 감정평가사로 통일됐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 제도는 1970년대 고속도로와 택지 개발이 이뤄질 당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부동산산업이 국민 삶에 미치는 파급력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신뢰,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 회장은 최근 일부 금융회사에서 감정평가사를 채용해 담보물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관행이 확대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해관계자가 개입하면 감정평가의 객관성이 위협받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양 회장은 “첫 임기 동안 법원 수수료 및 감정평가 여비 인상, 금융권의 탁상감정 개선, 회원사 업무 서비스 개선 등을 이룬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며 “이번 임기 때는 감정평가 독립성을 저해하는 위협을 줄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