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계기로 '장기임차' 방식의 토지공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토지소유자인 코레일이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을 고려해 토지매각 뿐 아니라 리츠와 장기임차를 도입키로 하면서다.
장기임차는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민간 사업자는 대지 위에 건물을 지어 운영수익을 가져가는 개발 방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획지별 토지매입비가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정작 건축물에 투입될 자금은 부족해질 우려가 크다. 일본 도쿄 중심 한복판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츠키지 수산시장이 70년 장기토지임차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주목할만하다는 평가다.
도쿄도는 지난 4월 츠키지 지구 마을만들기 사업의 시행자로 미쓰이부동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도요타 부동산과 요미우리 신문그룹 등 11개사가 참여하며 총 사업비가 9000억엔(약 8조2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미쓰이부동산은 도쿄의 전통명소인 츠키지 수산시장 부지(23만㎡)를 70년간 도쿄도로부터 장기임차해 2030년대 전반까지 5만명 수용이 가능한 멀티 스타디움과 생명과학·상업 중심의 복합시설, MICE·호텔·레지던스, 영화관 등 9개 동을 짓는다.
사업비 대부분을 토지매입에 쓰는 한국과 달리 고스란히 건축에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멀티스타디움의 경우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 뿐 아니라 콘서트 등 공연장으로도 활용이 가능토록 계획하고 있다.
츠키지시장도 도쿄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는 만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 금융 중심가인 니혼바시에 접해 있어 개발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레지던스와 오피스 복합동은 이 곳을 찾는 해외 고급 인력이 중장기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로 짓는다.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도쿄역과 해안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UAM 버티포트, 스미다강을 활용한 관광·교통시설, 복합환승센터 등도 계획돼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다른 건 하나의 사업자에게 임차 방식으로 토지를 공급했다는 점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20개 획지로 토지를 공급하며 각각의 획지에 대해 토지 매각과 리츠, 임차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드림허브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통개발'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토지매입비에 대한 부담이 커 좌절됐다. 도쿄도는 "도심의 유례없는 귀중한 토지로 입지의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일체적인 마을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가 소유자 입장에서 적절하게 관여할 수 있는 '대지권'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활용할 수 있는 토지가 클수록 창의적인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게 도쿄도의 설명이다. 도쿄도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제안이 가능하며 지구 전체에 대한 일체적 개발과 정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