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문자중계사, 불법스팸 '나몰라라' 하면 과징금…정부, 칼 빼들었다

입력 2024-11-28 11:00
수정 2024-11-28 15:27


정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스팸을 막기 위해 종합 대책을 내놨다. 불법스팸을 방치하는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 재판매사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스팸에 대한 신고는 올해 상반기 2억1000만건이 접수됐다. 지난 6월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 4700만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지난 6~7월 긴급 점검을 실시한 결과 불법스팸의 75%가 대량문자 서비스를 활용한 것을 확인해 의무 위반 사업자를 처벌했다. 그 결과 불법스팸 신고가 7월 이후 큰 폭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피싱, 스미싱 등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대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양 기관은 불법스팸으로 인한 부당이익 환수, 대량문자 유통시장 정상화, 불법스팸 차단 강화, 불법스팸 수신 차단, 스팸 차단 거버넌스 구축 등 5가지 추진 전략을 세웠다.

먼저 불법스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불법스패머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고 사업자는 불법스팸을 묵인·방치하는 사례가 지속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앞으로는 불법스팸을 발송한 자와 불법스팸 발송을 묵인·방치하는 이동통신사, 문자중계사·재판매사 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특히 불법스팸을 발송한 자에 대해서는 범죄 수익을 몰수한다.

지난 8월 기준 1168개에 이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은 문자재판매사의 등록 요건도 강화한다. 대량문자 전송자격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사업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문제 사업자는 영업 정지와 등록 취소를 위한 처분 기준을 마련해 시장에서 퇴출한다.

불법스팸 발송 차단도 강화한다. 스팸문자 번호·계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문자사업자는 발신번호 유효성과 문자서비스 계정을 검증토록 한다. 이동통신사는 위변조 발신번호의 수신을 사전차단하는 방식으로 발신번호 위변조 이중차단 체계를 마련한다. 대량문자 서비스 이용자가 문자를 발송할 때마다 매번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로그인 시에는 다중인중을 의무화한다. 피싱 URL이 포함된 문자는 발송을 전면 차단하는 등 불법·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도 구축한다.

휴대폰에서 수신을 차단하는 필터링 체계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필터링한 문자를 별도 앱을 설치해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단말기의 별도 차단문자함으로 격리하고 필터링 성능도 개선한다. 국내 제조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팸 필터링 기능도 탑재한다. 국제발신 대량문자는 사전 차단기준을 마련하고, 검증되지 않은 발송자의 국제발신 문자 차단체계를 구축한다.

부처 간 칸막이 문제도 해소한다. 방통위, 과기정통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등 유관 부처의 협업 및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민관이 참여하는 민관 불법스팸 상설협의체를 다음 달 구성해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종합대책은 국민을 불법스팸 피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며 “안심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술적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불법스팸은 민생침해 디지털 범죄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불법스팸 전 단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국민들이 안전한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