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어가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 재테크 전망을 점치기 바쁩니다. 내수 부진 속 맞닥뜨린 탄핵 정국, 고환율 등 악재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업종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전문가에게 새해 투자전략을 물었습니다.
또 한번 '탄핵 정국'을 안고 새해를 맞게 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푸른 뱀의 해'인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선 재탈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하반기 증시가 상반기보다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장세를 예상했고 하단은 2250, 상단은 31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분위기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수출과 기업 이익이 주가에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를,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는 SK하이닉스, 네이버, HD현대중공업 등을 꼽았다."내년 코스피 상저하고 예상…상단 3100 전망"
17일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한국·KB·NH·삼성·메리츠·신한·하나·키움·대신 자기자본 기준 순)의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2025년 코스피 전망을 집계한 결과 상단을 3000포인트 이상으로 예상한 증권사는 4곳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단을 3100까지 예상해 증시를 가장 낙관적으로 봤다.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도 상단을 3000으로 열어뒀다.
반면 하단의 경우 NH투자증권이 2250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2월9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2360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4.6% 더 아래까지 내다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도 하단을 2300선 수준으로 예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환율 변화, 공매도 재개 등 수급에 우호적이지 않은 요인으로 상반기 하락을 예상한다"며 "반면 하반기는 통화완화정책 지속으로 경제 전반에 저금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반등을 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내년은 성장주(株)가 주인공"
올 들어 11월까지 코스피 내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 비중이 32%에서 24% 수준으로,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23%에서 16%로 줄었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내년 투자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를 지목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밸류체인 내에서 종합반도체 기업의 시총 비중이 감소하기는 했으나, 기술적 진입 장벽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발전의 수혜를 누리면서 일정 수준의 시총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증권사가 내년은 성장주(株)의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성장주는 현재의 실적 대비 향후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뜻한다. 이은택 KB증권 주식투자전략팀장은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거래의 회복과 수급의 개선이고 수급은 성장주를 좋아한다"며 "국내 증시에서 성장이 귀해졌고 위험선호는 희소한 것을 찾아다니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오·헬스케어와 자율주행·로봇·위성 등의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도 "내년 코스피는 성장주이면서 장기 소외주인 2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가 반등을 주도할 수 있다"며 "이들 업종만으로도 시총 비중이 35.9%"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금리인하 사이클에서는 바이오로 대표되는 성장주와 금융으로 대표되는 가치주가 혼합된 포트폴리오가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투자 유망 종목은 SK하이닉스"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투자 유망 종목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기업은 SK하이닉스, 네이버, HD현대중공업, 하나금융지주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내년 반도체 섹터 내 최우선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지난달 말(11월29일 종가)까지 주가가 13% 올랐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TSMC 중심의 AI 반도체 성장 스토리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우위 지속이 예상된다"며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라고 말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내년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면 반도체가 다시 주도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최근 눈높이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내년 모멘텀(상승동력)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하나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실적과 주주환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업이라며 복수의 증권사가 유망종목으로 꼽았다."어느 때보다 돈 잘 버는 기업이 주목받는 해"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의 최대 화두로 '경기 둔화'를 꼽았다. 실제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고, 경기 부진의 주원인인 수출 둔화세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기반한 만큼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지영 팀장은 "이미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를 기점으로 현재 7%대 초반까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증가율도 같은 기간 41%에서 28%대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역기저효과, 상반기까지의 미국의 소비 탄력 둔화 등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 나갈 전망인 만큼 이 같은 수출 및 이익 다운사이클 진입 국면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팀장은 "내년 코스피 이익 증가 속도는 반도체 유무와 관계 없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익 증가 속도가 느려질 때는 기대수익률 제고와 직결되므로 업종 선택이 중요하고, 업종 내에서도 이익 증가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정치 불확실성은 내년 1분기 안에 잦아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후에는 다시 정부의 정책 자금 집행, 내수 활성화 기대감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 시점은 트럼프 행정명령, 미국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시장의 반영이 추가로 마무리된 이후인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가 될 것"이라며 "신정부 출범 가능성에 대한 내수 활성화 기대감을 재료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