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상징' 잠실 월드타워 담보로 내놨다

입력 2024-11-27 19:25
수정 2024-11-28 01:13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 회사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사진)를 담보물로 내놨다. 그룹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한편 채권자들의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은행보증을 추가해 안정성을 강화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 중 일부가 지난 21일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힌 지 엿새 만에 나온 대책이다.

롯데는 EOD 사유인 재무 특약사항을 조정하면서 회사채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은행보증을 추가하고, 은행권에는 담보물로 롯데월드타워를 제공한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공사비만 약 4조2000억원, 현재 가치는 6조원 이상이다. EOD 재무특약 미준수 사유가 발생한 14개 회사채 총액 약 2조450억원을 크게 웃돈다. 6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한 은행 보증을 받으면, 해당 채권은 은행 대출(채권)의 신용도만큼 신용도가 보강되는 효과가 있다. 롯데는 신용보강을 하면서 당초 EOD 발생 사유인 재무특약은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라며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대해 그룹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의 조기 상환 요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당초 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힌 이후 장외 채권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의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가격이 하락했으나, 이번 신용 보강으로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도 조기 상환 요구 없이 무난히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20일 근거 없는 지라시(사설정보지) 탓에 돌연 ‘부도설’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프닝’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다음날인 21일 롯데케미칼 회사채 EOD 원인 사유 발생으로 시장 우려를 키웠다. 롯데케미칼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회사채 발행 시 재무특약을 내건 부채 비율 200% 이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자 비용 5배 이상의 조건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루머 유포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기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이 총 4조원에 달한다는 롯데케미칼의 구체적인 재무 상황을 공개했다. 롯데는 그룹의 경우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기준 56조원,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안재광/장현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