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7일 18: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임시 주주총회가 내년 1월 하순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다음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지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27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MBK 연합이 제기한 임시 주총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을 지연하거나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다음주 이사회를 소집해 MBK 연합 측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예견됐다.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인용하면 임시 주총 소집일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신청인인 MBK 연합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MBK 연합의 소집 요구를 고려아연 이사회가 받아들이면 임시 주총 소집일을 최 회장 측이 정할 수 있다.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뒤 언제까지 반드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하지만 통상 2개월 내로만 소집일 정하면 된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선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MBK 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되레 소집일을 늦추는 방법이다.
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주총 소집일을 최대한 늦추는 '꼼수'를 쓸 것을 우려해 이날 법원에 구정 연휴(내년 1월 28~30일) 전에는 임시 주총이 소집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선 이사회에서 이보다 늦게 임시 주총 일정을 잡을 경우 법원이 임시 주총 허가를 내줘 소집일을 정하는 권한이 MBK 연합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는 만큼 MBK 연합 측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MBK 연합은 임시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임시 주총이 열리면 최 회장 측은 지분율 구도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MBK 연합의 지분율은 39.83%로 최 회장 측 지분율(17.18%)보다 앞선다. 최 회장의 백기사 추정 지분을 모두 더해도 34.06%에 불과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