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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밀어내기식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적으로 보장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벡 라마스와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지명자는 26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취임 전 기업에 약속한 칩스법 보조금을 최대한 지급하려고 한다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를 거론하며 “그들은 정권 인계 전 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마스와미 지명자는 전날에도 X에 글을 올려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내년 1월 20일 전에 IRA와 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신속하게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DOGE는 이런 막바지 수법(11th hour gambits)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며 기존 지급 보조금의 환수도 시사했다.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도 출마한 기업인 출신 라마스와미 지명자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공동 수장으로 DOGE를 이끈다. 트럼프 당선인은 두 기업인이 신설되는 DOGE를 맡아 정부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 낭비성 지출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공장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칩스법과 IRA 등의 산업 정책을 뒤집지 못하도록 신속한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 이전까지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곳은 폴라세미컨덕터(1억2300만달러)뿐이었지만 대선 후 이날까지 TSMC(66억달러), BAE시스템스(3550만달러), 로켓랩(2390만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15억달러), 인텔(78억6600만달러) 다섯 곳에 총 16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이 확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금 지급에 관한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하고 협상하고 있다.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64억달러를 받고,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정부 대출 최대 5억달러, 투자액의 최대 25% 세액공제 혜택 등을 받는 것이 결정됐다. 아직 최종 계약은 맺지 않았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은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은 원론적인 얘기로 보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협상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