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시장이 열리자 RA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RA 업체 업라이즈투자자문(든든 운영사)은 다른 RA 회사인 두물머리투자자문(불리오 운영사)과 사업 결합을 진행한다고 27일 발표했다. 든든의 관리자산(AUM)은 3300억원, 불리오는 2000억원가량이다. AUM 5000억원대 대형 RA 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두 회사는 새롭게 열리는 퇴직연금 일임형 RA 시장에서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 결합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RA를 통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제시는 가능했지만, 매수·매도 등 일임 서비스는 불가능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일임형 RA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해 이르면 연내 퇴직연금 시장이 개방된다.
국내 RA 시장은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코스콤에 따르면 10월 말 RA테스트베드 등록 알고리즘 기준 총 AUM은 8967억원이다. 1년 넘게 7000억~8000억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2023년 7월(1조9400억원)과 비교해선 반토막 났다. 시중은행들이 마케팅 수명이 다한 무료 추천형 RA를 대거 정리했기 때문이다. 계약자도 30만 명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RA는 그동안 수익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요 RA 업체는 실적이 떨어지고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RA 투자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위험중립형 RA 알고리즘 평균 수익률은 0.46%로 벤치마크인 코스피200(-10.22%)을 크게 웃돌았다.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RA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콴텍은 빠르게 시중은행 제휴 라인업을 구축하고 자체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파운트도 이전까지 금융권과 협업하면서 쌓아온 운용 노하우를 살려 퇴직연금 전용 알고리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디셈버앤컴퍼니(핀트 운영사)는 자사 주식 솔루션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인간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실적을 전망하는 추론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